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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리사 신곡의 그 가수였다…세계 음악 팬들 놀라게 했던 '졸업작품' [스프]

[취향저격] 로살리아, 세풀투라, 그리고 월드-뮤직의 오늘과 내일 (글 : 임희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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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LISA - NEW WOMAN feat. Rosalía (Official Music Video)

제가 로살리아 빌라 토베야 씨에 대해 주목한 것은 아마 2018년 무렵부터였을 겁니다. 사실 비슷한 시기에 레이더에 들어온, 미국의 빌리 오코넬 씨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보다 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로살리아 말입니다. 최근 블랙핑크 출신 리사의 신곡에 피처링한 그 로살리아 말입니다.

로살리아는 원래 플라멩코 가수였습니다. 플라멩코는 18세기 후반부터 스페인의 전통 가요로 자리 잡은 장르입니다. 정열적인 기타 연주, 춤, 노래로 유명하죠. 우리 식으로 거칠게 비교하자면, 로살리아는 젊은 트로트 가수였던 겁니다.

그런 그가 2018년 발표한 한 장의 앨범은 세계 음악 팬들을 놀라게 합니다. 저 포함해서요. 'El mal querer'라는 앨범인데, 로살리아가 음대 학사 졸업작품으로 만든 곡들을 모은 음반이에요. 스페인의 13세기 서정시 '플라멩카' 중 11개를 플라멩코 팝 11곡으로 재해석한 앨범. 우리 식으로 하면 고려가요 쌍화점을 이용해 케이팝을 만든 격이랄까요.

ROSALÍA - MALAMENTE (Cap.1: Augurio)

여기 실린 바로 이 'Malamente'라는 곡은 리듬도 바이브도 엇비슷한 세계 팝 음악을 의무감에 디깅 하던 제 눈과 귀를 번쩍 뜨이게 했더랬습니다. 로살리아는 스페인 전통 장르인 플라멩코를 변형해 21세기 팝과 결합했던 거죠. 뷔욕의 프로듀서, 켄드릭 라마의 촬영감독과 일하는 로살리아의 작품에는 기이한 성녀의 이미지와 변칙 박자가 가득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단련한 높은 수준의 플라멩코 창법이 첨단 팝의 비트와 어우러지는 장면은 기암괴석과도 같더군요. 2020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스페인 가수 최초로 '최우수 신인' 후보에 오르고 시상식 무대에서 축하 공연까지 펼쳤지만 로살리아에게 글로벌 스타덤은 멀게만 보였습니다. 모든 노래를 스페인어로 부르는 그에게 아직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미국이나 라틴 팝의 유명 래퍼들과 협업하고 일부 영어 노래를 내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로살리아는 마침내 글로벌 팝스타의 위치에 오르게 됩니다. 마침내 빌리와도 협업을 했지요.

Billie Eilish, ROSALÍA - Lo Vas A Olvidar (Official Music Video)

그가 최근 리사와 함께 한 모습은 의미심장했습니다. 리사는 태국에서 와서 케이팝이란 플랫폼을 통해 스타덤을 형성한 뒤, 태국 로케이션과 제작 인프라를 이용한 솔로 곡 'Rockstar'를 통해 '귀국'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죠. 스페인 플라멩코에서 출발해 미국 주류 시장을 거친 로살리아가 태국의 리사와 만나는 형국은 그래서 흥미로웠어요.

저는 얼마 전 브라질 메탈밴드의 내한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세풀투라라는 그룹이에요. 1980년대 후반 데뷔 시절부터 이미 메탈리카, 슬레이어 같은 미국 스래시 메탈밴드들에 대한 남반구의 대답으로 주목을 받았죠. 아마존 밀림을 뚫고 나온 듯한 원초적 리듬과 이국적 음계가 언뜻언뜻 비칠 때 브라질적 매력이 돋보였죠. 그 정점은 1996년 6집 'Roots'였습니다.

Sepultura - Roots Bloody Roots [OFFICIAL VIDEO]

이 앨범은 보컬 막스 카발레라를 비롯한 멤버들이 '아예 우리 밀림으로 들어가 보자'고 의기투합해 실제로 아마존의 샤반치 부족 마을에서 그들과 어울리며 만든 영감을 담은 음반입니다. 원초적인 리듬과 절규가 전면에 나서며 메탈의 신세계를 열어 보였죠. 로살리아가 뷔욕, 켄드릭 라마의 제작진과 협업하며 글로벌 보편 감각을 접목했듯, 세풀투라는 음반 프로듀서로 콘, 슬립낫과 작업으로 유명한 로스 로빈슨을 기용했습니다. 원초와 첨단, 로컬과 글로벌의 만남은 아티스트의 커리어에는 최정점을, 세계 음악 팬들에게는 즐거운 발견을 선물해 줬습니다.

JAMBINAI 잠비나이 - TIME OF EXTINCTION 소멸의 시간

국악 전공자가 모여 헤비메탈과 포스트록 사이에 있는, 그러나 무엇으로도 정의하기 힘든 그들만의 음악을 하는 밴드 잠비나이입니다. 리더 이일우 씨는 몇 년 전 저와 인터뷰하며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어릴 때부터 메탈 키드였고, 국악 전공자로서 세풀투라의 'Roots' 앨범을 접하고 국악기를 창의적으로 이용해 메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고, 그 결과물이 결국 돌고 돌아 잠비나이인 것 같다고요.

월드뮤직이란 말이 있습니다. 영미권 팝에 지친 음악 팬들 사이에서 20세기 후반에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지의 민속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들이 그 독특한 미감으로 사랑받았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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