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기적의 역사를 썼습니다.
교토국제고는 오늘(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습니다.
경기는 1회부터 서로에게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교토국제고는 5회 초 2사 1, 3루 찬스를 잡았지만 후속타가 나오지 않아 득점하지 못했습니다.
간토다이이치고도 6회 말 2사 2루, 7회 말 2사 2루 기회에서 타자가 땅볼로 물러나 선취점을 내지 못했습니다.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는 마지막 정규 이닝인 9회에 각각 선두 타자가 출루하며 득점을 노렸지만 모두 점수를 올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교토국제고는 이어진 연장 10회 초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하는 승부치기에서 안타와 볼넷, 외야 뜬공 등을 묶어 2점을 냈습니다.
이어 10회 말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면서 승리를 확정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 직후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습니다.
선수들과 응원석에 앉은 재학생들은 한국어 교가를 따라 부르다 울컥하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대부분의 일본 야구 팬들은 "야구 역사상 최고 명승부 중 하나"라며 "두 학교의 멋진 경기에 감사하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현지 팬들은 '한국어 교가'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며 "일본의 100년의 역사가 있는 고시엔에 한국어 교가가 흐르는 게 정말 싫다", "이건 일본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또 다른 현지 누리꾼들은 "순수 실력으로 우승한 건데 뭐가 모욕적이라는 거냐"며 반박하는 답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면서 "전원이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승 순간 눈물을 흘린 백승환 교토국제학교 교장은 "선수들이 기술이 뛰어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훌륭하게 잘할 줄 몰랐다"며 "최선을 다해 우승까지 한 것에 대해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것에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전 두산 베어스 선수이자 교토국제고 출신인 신성현 두산 베어스 전력분석원은 "어려운 환경에서 해낸 선수들이 대단하다"며 "소름이 돋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학 당시 열악했던 훈련 환경을 떠올리며 감독과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구성 : 진상명 / 편집 : 정다운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