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발물' 상자 들고 치과병원 향하는 피의자
광주의 한 치과병원에서 폭발물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병원에서 진료받았던 70대가 치료에 불만을 품고 부탄가스로 만든 폭발물을 터트리고 2시간여 만에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인명피해 없이 수습됐지만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오늘(22일) 오후 1시 14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건물 3층에 있는 치과병원 출입구에 놓여 있던 정체불명의 종이 상자가 폭발했습니다.
폭발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3~4차례 폭발음과 함께 연기와 불꽃이 일었습니다.
당시 병원은 점심 휴식 시간으로 오가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폭발과 함께 불이 나면서 치과병원과 4~6층에 위치한 한방병원 관계자, 환자 등 90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이 불로 병원 내부에 있던 가구와 천장 등이 훼손됐고, 작동한 스프링클러 덕분에 불은 확산하지 않았으며 출동한 소방 당국이 10분 만에 진화했습니다.
상자는 직사각형 모양의 중형 크기로, 인화물질이 담긴 플라스틱 통과 부탄가스 4개가 묶여있는 채로 넣어져 있었습니다.
폭발물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 특공대도 출동했습니다.
테러 상황을 가정한 대응 훈련 등을 하는 '을지훈련' 마지막 날이어서 훈련 중이던 군경과 지자체 공무원 등 60여 명도 현장에 나와 수습을 돕기도 했습니다.
폭발 직후 경찰은 누군가 폭발물을 고의로 터트린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건물과 병원 폐쇄회로(CC) TV를 분석한 경찰은 신원미상의 남성이 폭발물이 든 종이상자를 병원 출입구에 두고 불을 붙인 뒤 도주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이 남성의 행방을 추적하다 2시간여 만에 자수하러 온 그를 광주 광산경찰서 앞에서 붙잡았습니다.
조사 결과 이 남성은 해당 치과병원에서 치료받은 전력이 있는 김 모(79) 씨로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범행 이후 택시를 타고 자택으로 가던 중 자수하기로 하고 경찰서를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병원 치료에 불만을 품고 이러한 일을 벌였다고 시인했습니다.
그는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병원 진료에 불만을 가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의 범행 동기와 폭발물 제조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