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프리미엄

미국에 '합법 이민'이 얼마나 어려운지 정치인들은 알까?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What the Polls Say About Harris That the Trump Team Doesn't Like, by Kristen Soltis Anderson


오프라인 - SBS 뉴스

* 호르헤 로워리는 미국 이민위원회 전략 담당 디렉터다.

공화당 전당대회 내내

연사

들은 미국 남부 국경을 넘어온

망명 신청자

와 다른 경로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이민자를 끊임없이

대비

시켜 묘사했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비벡 라와스와미는 자기 부모와 같은 합법적 이민자는 "미국에서 자녀들에게 더 좋은 삶을 선사할 기회를 누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이들은 "법을 어겼으므로" 추방되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선출 공직자들은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쉽고도 "올바른" 길이 있으며, 반대로 어렵고 "틀린" 길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렇게 말하면 미국의 고장 난 이민 제도를 고치는 것이 간단한 문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법을 지키고 줄을 제대로 서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미국의 복잡한 제도를 파악해야 하는 이민자는 물론 이들을 도우려는 법률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미국 이민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에게 법을 지키며 설 수 있는 "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부가 국경 보안 문제 해결에 진심이라면 합법적인 이민을 더 쉽게 만들어야 한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참고 : 원본 데이터는 카토 인스티튜트의 데이비드 비어가 "왜 합법적인 이민이 사실상 불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쓰면서 모은 데이터다. 미국으로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2018년 갤럽의 조사에서 차용했다.

미국 이민 제도 자체가 "좋은 선택"에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 모호한 제약과 관료주의적 지연, 중복적인 절차로 얼룩진 이민 제도는 이민에 성공하는 소수에게도 수년간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만든다.

현행 이민 제도는 미국 시민권자인 배우자, 부모, 성인 자녀가 있는 사람, 합법적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자녀 등 미국에 가족이 있는 이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취업 비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취업 비자는 특정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 신청할 수 있으며, 취업 비자 신청자의 가족을 포함해 1년에 14만 명에게만 주어진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비자 추첨 제도라는 것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신청자

1,180만 명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비자를 받은 사람은 5만 5천 명에 불과했다. 망명자 입국 제도를 통해서도 12만 5천 명에게 비자가 주어진다. 이미 미국에 살고 있는 시민권자 가족과 재회하기 위해 이민을 신청한 이들의 경우, 처리 건수가 엄청나게 밀려있어서 기다림의 시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길어질 수 있다.

미국 시민권자가 해외에 있는 성인 자녀를 데려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9년에 달한다. 특정 국가 출신의 경우에는 기다림이 견디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길어질 수 있다. 올해 멕시코에 있는 형제자매의 비자를 신청했다면, 40~50년 정도는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참고 : 원본 데이터는 카토 인스티튜트의 데이비드 비어가 "왜 합법적인 이민이 사실상 불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쓰면서 모은 데이터다. "기타 국가"의 수치는 전체 평균치다.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구한 사람이라고 해도, 서류 심사와 승인을 거치는 데 2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린다. 그 과정이 완료되고 나서도 교육 수준이 높은 이민 희망자라도

100년 넘게

일 처리가 밀려있는 이민국의 행정 절차를 기다려야 한다.

초당적 정책 센터

라는 연구기관에 따르면, 이미 영주권 승인을 받았는데도 영주권을 받지 못했거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760만 명이 이른다고 한다.

일부는 비자를 기다리는 동안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단기 허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 수요도 어마어마하다. 숙련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H-1B 비자 추첨

의 경우 올해 8만 5천 명을 뽑는 자리에 47만 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여기에 이미 제한적인 제도를 더욱 제한적으로 만든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여파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이

발급을 거부한 비자 건수

는 기록적이었고, 이민 신청자들에게

더욱 많은 서류 작업을 요구

했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종류의 합법 이민을

일시적으로 중단

한 바 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인재가 미국을 빠져나가는 속도

가 더욱 가속화하고, 많은 학생과 노동자의 신분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며, 영주권 발급 지연으로

수조 달러의 GDP 손실

이 예상된다.

반대로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상황은 바이든 정부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즉, 국경 보안은 강화하되 추가적인 합법 이민의 길이 열리고, 이민 관련 비자를 신청했을 때 처리 기간도 단축되면서 이민국과 국무부의 밀린 일이 줄어들고 난민 정착 지원 노력도 재개될 것이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참고 : 원본 데이터는 카토 인스티튜트의 데이비드 비어가 "왜 합법적인 이민이 사실상 불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쓰면서 모은 데이터다.

상황이 언제나 이랬던 것은 아니다. 미국 국경은 1917년까지만 해도 비교적 열려있었다. 오늘날 다양한 이민자의 후손이 미국에 사는 이유는 그들의 조상이 특정한 절차를 성실하게 밟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단 미국에 발을 들여놨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런 제도가 바뀐 이후에도 20세기 내내 의회와 행정부는 정기적인 사면을 통해 이민자들이 합법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했고, 필요에 따라 이민 제도를 조정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의회는 이민 제도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박해를 피하려는 사람이건, 가족과 재회하거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건,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오려는 이민자에게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미국 사회 역시 미국 시장의 노동력 수요를 해결하고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민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이민 희망자에게 더 많은 합법적 채널을 제공하여 미국 사회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이민 제도를 만든다면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이익이다. 이민이 늘어나면 임금이 올라가고 미국에서 태어난 노동자에게도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

도 있다.

미국 기업인

5명 중 1명

이 이민자로, 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 수백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민자는 미국

경제

를 먹여 살릴 뿐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 수백만 명이 은퇴하면서 생긴 노동 시장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차량 공유와 음식 배달을 제공하는 긱 경제(gig economy)도 이민자들의 노동력으로 굴러간다. 2025년이 되면 미국 내

간호사 45만 명

, 2034년에는

의사 12만 명

이 부족해진다고 하는데, 그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것도 이민자들이다.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이미 내과의 4명 중 1명이 이민자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오프라인 - SBS 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스브스프리미엄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