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꼴찌 마케팅에 '명심' 공방도…민주 전대 막판 열기

민주당 전당대회 막판 순위 요동칠까


이언주의 '강선우 홍보'…꼴찌 마케팅?

지난 12일, 민주당 이언주 의원의 페이스북에 느닷없이 강선우 의원의 최고위원 홍보물 사진이 올라왔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으니 경쟁자인 관계다. 잘못 올린 것 아닌가 싶었지만 이 의원이 올린 게 맞았다. 이 의원은 "긍정의 아이콘 강선우 의원님의 연설에 정말 감동받았다"면서 '민주당이 하나 되어 승리하는 정치'에 뜻을 함께 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울고 있는 국민과 힘들어하는 당원, 억울한 죽음"에 함께 분노하겠다'면서 "강선우 의원님, 이재명 대표와 함께 민선 4기 집권시대 함께 열어갑시다."라고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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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글은 강선우 의원의 지난 11일 대전세종 지역순회경선 연설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이날 "완벽한 꼴찌 강선우입니다"라며 '셀프 디스'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개인의 승리가 아닌 민주당이 이기는 정치를 할 것"이라며 "강선우는 사표니까 찍지 말아라. 괜찮습니다. 현실적인 선택을 해라. 강선우 찍으면 안 된다. 다 괜찮습니다. 저를 찍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 강선우는 제가 이기는 정치가 아닌 우리 민주당이 모두 하나 되어 승리하는 그런 정치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장내에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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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최고위원 후보

이 의원에게 강 의원을 응원하는 게시물을 올린 이유를 묻자 "있는 그대로다. 최근 강선우 의원의 연설을 들어봤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이 의원은 "(강 의원을) 재발견했다."면서 "굉장히 성숙한 내용과 태도를 많이 봤다"고 평가했다. 진심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당 안팎에선 '꼴찌 마케팅'이란 말도 나왔지만, 어쨌든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훈훈한 장면으로 비쳤다.

강선우 의원 스스로 밝혔듯 강 의원은 현재 종반에 다다른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꼴찌(8위)를 달리고 있다. 11일까지 누적 득표율 5.03%로 바로 한 순위 위인 7위 민형배 의원의 득표율(10.53%)과도 더블스코어 차이가 난다. 그의 말대로 '완벽한 꼴찌'다. 그래도 의원실에는 활기가 넘친다. 현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의원실 관계자는 "끝까지 묵묵히 완주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는 지지자들이 많다"면서 "연설에서 네거티브 이슈가 아닌 긍정적인 이야기 위주로 8월 18일 전당대회 이후의 비전을 이야기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손편지와 선물도 공개했다. 주로 "'혹시 사표가 될까봐 못 찍었지만 미안하다. 그래도 힘내라'고 주는 선물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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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민심이 올라오고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강 의원의 '역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워낙 득표율 차이가 커서다. 강 의원은 "출발선에 서려고 출마한 게 아니라 결승선을 통과하기 위해 출마한 것"이라고 말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도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의원님도 중반부터는 '내가 (최고위원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을 남겨야 될까 더 생각하고 진정성있게 이야기를 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전현희 '살인자' 발언에 정봉주 명심 공방까지…막판 열기

설사 '꼴찌 마케팅'이라도 반가운 이유는 이런 서사들이 생겨나면서 '친명 마케팅' 일색이던 민주당 전당대회에 활기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번 전당대회는 초반부터 '재미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에 최고위원 후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명심'만 외쳤기 때문이다. 종반으로 흐르면서 새로운 변수들이 튀어나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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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현희 의원

지난 14일에는 역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전현희 의원의 '살인자' 발언이 논란이 됐다.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최근 사망한 권익위 직원의 죽음을 언급하며 "김건희, 윤석열이 죽인 것",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발언하면서다. 이날 주제는 검사 탄핵이었지만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한 가운데 청문회는 이 발언에 대한 여야 공방으로 흘렀다. 국민의힘은 전 의원 제명 결의안을 제출했고 민주당도 맞불을 예고하면서 다음날까지 여진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선 전 의원의 이 발언을 두고 곧바로 '선거용'이란 평가가 나왔다. 현재 전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 6위를 달리고 있다. 탈락권이지만 바로 앞선 이언주 의원과는 0.02%p 차이다. 최고위원 당선권에 들기 위해 전 의원이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이다. 최고위원 3위로 선전하고 있는 김병주 의원이 앞서 "정신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란 발언으로 재미를 봤다는 배경이 함께 언급되면서 이런 해석에 설득력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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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또 하나의 전당대회 막판 하이라이트는 정봉주 후보의 "명팔이 척결" 발언이었다. 정 후보는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재명 팔이' 무리들을 뿌리뽑겠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명팔이' 무리들을 향해 호가호위, 실세놀이를 하며 당 분열을 일삼는 '암덩어리'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정 후보는 전당대회 초반 선두를 달리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민석 후보에게 역전당했다. 당 안팎에선 '명심'을 얻지 못한 정 후보가 막판 대의원 투표와 비명 당원들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후보는 여전히 2위지만 당내에선 순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명팔이 척결'을 내세운 정 후보가 최고위원에 입성할 경우 향후 지도부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역시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생긴 건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 전당대회 막판 판세 요동칠까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제 17일 서울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와 18일 전당대회 D-DAY만 남았다. 종반이지만 산술적으로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권리당원 투표 56%, 대의원 투표 14%, 국민여론조사 30%를 합쳐 결과를 낸다. 이 가운데 대의원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는 마지막날인 전당대회에서 결과가 공개된다. 이것만 해도 44%다. 서울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와 ARS 투표까지 합치면 50% 넘는 표가 마지막날 까지는 셈이다. 막판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도 나온다. 득표율 90%를 넘길지 여부가 관심사다. 대신 최고위원 후보 선거에 막판 불꽃이 튀는 건 민주당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일이다. '명심 마케팅' 일색이던 초반 분위기는 어느새 '꼴찌 마케팅'부터 명심 공방까지 이어지며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과연 남은 기간 '언더독'의 역전은 가능할까. 또는 대세론이 끝까지 이어질까. 내일(18일)을 지켜볼 일이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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