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판다부터 북극곰까지 지구상에 단 8종…'에이트 베어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 반달가슴곰

"웅담즙(곰 쓸개즙)을 채취하는 건 불법이죠."

베트남의 한 곰사육 농장주 부부는 이러한 정부 방침을 읊었습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달랐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웅담 구매 의사를 물었습니다.

반달가슴곰과 태양곰의 웅담 채취 실태를 파악하고자 손님으로 가장한 남자는 좁은 우리 벽에 난폭하게 머리를 박는 곰의 비참한 광경, 냄새, 소리가 잊히질 않았습니다.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보존 등에 목소리를 내온 언론인 글로리아 디키가 목격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안데스산맥 운무림부터 인도 관목지대, 중국 대나무숲을 거쳐 북극 해빙(海氷)까지 누비며 멸종 우려종이 된 곰의 생태를 기록했습니다.

그 탐사 결과를 엮은 책이 최근 번역 출간된 '에이트 베어스'(Eight Bears)입니다.

책에 따르면 지구상에 남은 곰은 8종에 불과합니다.

잘 알려진 대왕판다(중국), 미국흑곰(미국), 북극곰(캐나다), 불곰(미국)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느림보곰(인도), 반달가슴곰(베트남), 안경곰(에콰도르·페루), 태양곰(베트남)입니다.

종은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곤경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곰은 토착 설화와 신화에서 인간과 매우 유사한 동물로 그려지곤 했습니다.

단군 신화에서도 곰은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100일을 버텨 인간(웅녀)이 됐습니다.

꿀을 좋아하는 만화 속 곰돌이 '푸'나 코카콜라를 들이켜는 백곰인 북극곰, 국내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대왕판다 푸바오까지 여전히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친근한 곰은 기후 위기로 서식지를 잃고 먹이가 부족해지며 인간과 충돌했습니다.

급기야 인명 피해까지 잇따르며 인간과 곰의 관계는 임계점에 다다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은 미국흑곰은 인간 영역을 만연하게 침범했습니다.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집 밑 공간을 굴 삼아 살기도 했습니다.

요세미티국립공원 등지에선 인명 사고가 잇달았고, 일부 지역에선 곰을 안락사시켰습니다.

다행히 재야생화를 위한 전국적 차원의 노력에 힘입어 미국흑곰은 역사적 서식지의 절반가량을 회복했다고 저자는 설명했습니다.

느림보곰도 아시아 야생에 약 2만 마리가 살지만, 공격받는 사람은 매년 100명이 넘습니다.

성질이 급한 데다, 인구 증가와 삼림 파괴로 서식지가 줄어든 탓입니다.

인도에서도 충돌이 반복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곰을 죽이는 보복이 일어납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에이트 베어스' 표지

저자가 가장 좋아한다는 북극곰도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북극곰은 약 2만6천 마리로 추정됩니다.

캐나다 북극권을 탐사한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기후 변화는 북극곰의 사냥터인 해빙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지적합니다.

대기에 배출한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해 해빙이 녹으면 곰들은 해안으로 내몰립니다.

먹이가 부족해진 곰이 인간의 공간을 습격하는 빈도도 높아집니다.

일부 종과 달리 대왕판다는 잔인하게 착취당하거나 외래종 반려동물 거래에 끌려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야생화가 어려워 개체수가 적습니다.

중국 정부가 40년가량 사육해온 대왕판다는 세계 각지 동물원과 연구센터에 600마리 넘게 살고 있습니다.

야생 대왕판다 개체수는 1천864마리라고 공표했습니다.

저자는 대왕판다가 가까운 장래에 멸종할 가능성은 작게 봤습니다.

대왕판다가 인간과 맺은 문화적 유대 관계가 월등하고, 이들의 존속이 경제 전반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서입니다.

대왕판다의 세계적 문화가치가 거둬들이는 연간 수익은 7억900만 달러로 추산됩니다.

사람들은 왜 대왕판다를 귀여워할까? 저자는 뉴욕대 행동 신경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대왕판다의 생김과 걸음걸이가 "갓 걸음마를 뗀 인간 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풀이합니다.

저자는 탐사의 대장정을 돌아보며 "이번 세기말을 넘겨서도 번성할 운명인 듯한 곰은 단 세 종, 대왕판다와 미국흑곰, 그리고 불곰뿐"이라며 "실로 '곰 세 마리'라는 동화 같은 미래가 아닌가"라고 꼬집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