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가루 범벅된 청정 하천…"철도 터널 공사에 설악산 황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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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가루 제거 조치 전(왼쪽)과 후(오른쪽)

2027년 개통되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 구간 중 설악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백담2터널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지하수가 다량 유출되고 돌가루 섞인 폐수가 하천에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13일) 한국터널환경학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보름가량 백담2터널 경사갱에서의 지하수 유출량을 관측한 결과 매일 700∼800t 규모의 지하수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를 터널 1m당 하루 유출량으로 환산하면 1t으로,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과 환경부 간 '지하수 유출량이 하루에 1m당 0.72t이 넘어가면 차수 공사를 한다'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보다 30% 이상 웃도는 수치입니다.

백담2터널은 총길이 14.022㎞의 초장대 터널로 설악산과 백두대간을 관통합니다.

본선 터널을 뚫기에 앞서 지난해 여름부터 경사갱 굴착 공사 중입니다.

경사갱은 본선 터널과 터널 외부의 지표면을 연결해 화재나 비상시 사람이나 차량이 이동할 수 있도록 일정한 경사도를 두고 설치하는 보조터널을 뜻합니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굴착 공사 전부터 '산 위에서부터 암반 지대를 뚫고 내려가다 보면 지하수가 유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사 이후 맨눈으로도 상당량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음에도 이를 막을 '차수 공법'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지하수가 유출되면 백담2터널 경사갱 주변 하천인 북천 상류의 물줄기가 끊어짐은 물론, 터널 상부인 도적폭포 수계에도 영향을 미쳐 국립공원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찬우 학회장은 "경사갱 공사가 앞으로 북천 상류를 향해 굴진해 들어가므로 유출되는 지하수 양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터널학회가 지난달 15일 경사갱 굴착공사 현장을 조사한 결과 공사 중 발생한 돌가루가 하천까지 흘러들어 돌가루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공사 중 발생하는 돌가루 등이 뒤섞인 폐수가 충분히 정화되지 않고 방류된 탓입니다.

이 학회장은 "수질검사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계곡이 황폐해지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학회는 앞으로 공사관리 정도에 따라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방치 시 소백산국립공원 죽령터널 사례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소백산을 관통한 죽령터널은 백담2터널과 마찬가지로 11.16㎞의 장대 터널로, 2019년 완공 이후 학회에서 지하수 유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 학회장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위반 시 5천만 원 이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어 현장에서는 굳이 수천만 원∼수십억 원이 더 드는 협의내용 이행 비용을 쓰기보다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학회에서 제안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이행강화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환경부 반대로 폐기됐다"며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제대로 이행하게 하고, 환경파괴 등 피해사례 발생 시 관련자들을 처벌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국가철도공단과 시공사 측은 하천에 유입된 돌가루를 제거하는 등 조치에 나섰습니다.

철도공단 측은 "공사 현장 진·출입부 노면 청소수가 침전된 사항을 확인했다"며 "침전물을 제거하고 부유물 등이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배수구에 부직포와 오탁방지망을 설치해 관리 중에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터널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폐수는 폐수처리시설을 운영해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준 이내로 정화해 방류하고 있다"며 "매월 수질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수질검사 결과 문제는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하수 유출에 관해서는 "공사 과정에서 환경부 협의 기준(하루 1m당 0.72t)보다 많은 지하수가 유출돼 곧장 지난 5월 중순부터 차수 공법을 적용해 굴착공사를 진행 중이며, 현재는 0.72t 이내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가 주변 하천 수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하천 상·하류에 계측기를 설치해 모니터링 중"이라며 "공사가 끝날 때까지 모니터링해 환경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진=국가철도공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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