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 중량급' 아쉽게 첫 도전 마친 서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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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건우

한국 태권도가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남자 중량급인 80kg급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올림픽 태권도의 역사는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시작하지만 지금까지 이 체급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서건우(한국체대)가 처음입니다.

초창기엔 국가별 출전 선수 수에 제한이 있어 우리나라는 남자부의 경우 전략적으로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58kg급 또는 68kg급, 그리고 최중량급인 80kg 초과급을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남자 80kg 초과급의 경우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08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습니다.

김경훈-문대성-차동민으로 이어지는 최중량급 금메달리스트의 계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한 체급 낮은 남자 80kg급은 상대적으로 빈곤했습니다.

국가별 출전 선수 수 제한이 풀렸을 때는 세계 태권도의 실력이 평준화된 이후였습니다.

우리나라 밖에서 이 체급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본선행 티켓을 따는 데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태권도계에서는 '중량급에 인물이 없다'는 쓰라린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80kg급에서 경쟁하는 우리나라 선수라면 이런 평가를 항상 의식하면서 훈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를 라운드 점수 2-0(8-4 6-5)으로 꺾은 박우혁(삼성에스원)도 중량급의 상황에 대해 질의를 받고서 한숨부터 쉬었습니다.

당시 박우혁은 "이 체급에 좋은 선수들이 우리나라에 정말 많다.

그런데 그저 지금 날개를 펴지 못한 것뿐"이라며 "모든 선수가 이런 큰 대회에 나오면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박우혁이 말한 그 '좋은 선수'는 서건우였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이후부터 이 체급 세계 랭킹 5위 안에 든 한국 선수는 서건우뿐입니다.

서건우는 랭킹 포인트 407.26을 쌓아 시모네 알레시오(이탈리아·1위·510.68), CJ 니콜라스(미국·2위·473.24), 세이프 에이사(이집트·3위·458.78) 다음에 자리했습니다.

서건우를 태권도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 서상혁 씨는 최중량급에서 경쟁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80kg급에서 길을 개척하길 원했던 서건우는 이를 거절했고,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습니다.

'개척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던 서건우는 우리나라 선수 최초로 이 체급에서 메달을 얻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9일(현지시간) 3위 결정전에서도 '덴마크 복병' 에디 흐르니치에게 라운드 점수 0-2(2-15 8-11)로 졌습니다.

서건우는 지난달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선배들이 많은 것을 물려주신 것처럼, 나도 후배들에게 멋진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아쉽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서건우는 일단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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