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아파트' 부른 LH · 전관 유착…상품권 · 해외 골프 접대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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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로 촉발된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의 배경에는 공공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LH 출신의 '전관 업체' 간 깊은 유착 관계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오늘(8일)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LH는 관리·감독해야 할 업체를 전관이라는 이유로 벌점 부과나 품질 미흡 통보 조치를 하지 않았고, 기준 미달인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하기도 했습니다.

전관 업체는 상품권과 현금 제공, 해외 골프 여행 접대 등으로 LH 직원의 환심을 샀습니다.

LH 직원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과 'LH 임직원 행동 강령' 상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어떤 금품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1년 3월 당시 LH에서 차장급 현장 감독이었던 A 씨는 직무와 관련한 전관 업체로부터 받은 상품권을 명품 가방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공직자는 합계 1천만 원 이상의 현금에 대해 최초 재산 등록을 하거나 매년 변동 사항을 신고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A 씨는 이 의무도 어겼습니다.

A 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회에 걸쳐 현금 4천560만 원을 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지만, 구체적인 자금 출처와 관련한 소명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부친이 매년 명절 때마다 자신에게 준 현금을 자택에 보관했다고 둘러댔습니다.

아울러 A 씨는 2019∼2023년 LH에서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전관들과 4회에 걸쳐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으로 골프 여행을 하고도 부서장 등에게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LH 임직원 행동 강령 등에 따르면 LH 임직원은 퇴직 후 2년이 안 된 퇴직자와 골프, 여행 등의 사적 접촉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접촉하는 경우 소속 부서장 등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A 씨는 이런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A 씨는 2020년 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같은 해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이 또한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LH 사규상 형사 처벌받은 직원은 소속 부서장을 통해 기관장에게 즉시 보고해야 하며,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회사가 직권 면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A 씨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하자 그는 즉시 휴대전화를 파기해 증거를 인멸했습니다.

감사원은 LH에 A 씨 파면을 요구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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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터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단지

LH에서 또 다른 차장급 현장 감독이었던 부산울산지역본부 소속의 B 씨와 대전충남지역본부 소속의 C·D 씨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업체인 전관 E 씨로부터 연간 10여 차례 골프 접대를 받았습니다.

B 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E 씨와 32차례 골프를 쳤습니다.

같은 기간 C 씨와 D 씨도 E 씨와 함께 각각 33회, 31회 골프를 즐겼습니다.

또한 이들 직원이 전관 업체로부터 회원제·군(軍) 골프장에 대한 예약 편의를 받은 횟수는 각각 8회, 12회, 9회에 달했습니다.

회원제 골프장 할인 혜택과 식사 등의 향응을 받은 액수는 각각 90만 원을 넘겼습니다.

B 씨는 E 씨와 지난해 6월 일본으로 해외 골프 여행을 다녀오고도 회사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C 씨는 같은 해 5월 말 건강검진을 이유로 공가를 신청하거나 별도의 연가 신청도 없이 골프를 치는 등 7회에 걸쳐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습니다.

감사원은 LH에 이들에 대한 정직을 요구하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받도록 전관 E 씨와 함께 관할 법원에 관련 사실을 알리라고 통보했습니다.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 최병철 감사관은 "이번 감사는 사회적 관심이 크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임을 고려해 LH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전관 특혜·유착에 대해 엄정히 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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