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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피니쉬 라인'은 없다"…시작은 늘 이야기를 듣는 데서부터다 [스프]

[별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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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의 시대

아침 7시 샹젤리제의 공기는 상쾌하고 청량했습니다. 한낮이면 따가울 정도로 강렬한 햇살도 적당히 따사로웠고, 아직은 너무 분주하지는 않은, 그래서 달리기엔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었죠.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 파리 올림픽 취재가 시작되고 20일. 기대를 크게 웃도는 우리 선수단의 '금빛 낭보'를 연일 전하며 즐거움과 피로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지만 러닝화로 갈아 신을 때만큼은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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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러닝의 시대입니다. 출장이 잦은 편인데, 이제 다른 짐을 줄여서라도 러닝화는 꼭 챙깁니다. 낯선 도시를 달리는 일은 그 자체로 훌륭한 여행입니다. 차로 이동할 땐 스쳐 지나는 걸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고, 걸을 때보단 좀 더 많은 것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낭만의 도시 파리에선 뛰다 잠시 멈춰 추억을 남기기도 좋지요.

비슷한 마음들이 모였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기자들이 삼삼오오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이 드문 이른 아침, 샹젤리제 거리에서 출발해 개선문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고, 페이스를 높여 몽쏘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나이키 페가수스41은 도로에서도, 흙길에서도 편안했고 안정적이었습니다. 아끼고 또 아끼며 곱게만 신는 알파플라이3를 챙겨 오긴 했지만 숙소에 모셔(?)두고, 페가수스41을 신고 달린 건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발도 발이지만 마음이 편했습니다.

러닝화 열풍... 전쟁을 방불케 하는 '혁신' 경쟁

러닝의 시대를 맞아 러닝화 시장엔 열풍, 아니 광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와 러너들 사이에선 '러닝화 계급도'가 수시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퍼 슈즈'를 소개하며 '수퍼 카'에 비유했는데, 이를 둘러싼 '끝없는' 논쟁도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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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혹은 공도에 특화된 차가 다르듯, 러너들 역시 달리는 환경, 거리, 스펙 등을 꼼꼼히 비교합니다. 특히 알파플라이3를 필두로 한 카본화를 향한 관심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선 발매와 동시에 매진되는 일이 반복되고, 일부 오프라인 매장 입고 정보가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공유되면 '오픈런'을 위한 '전력 질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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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플라이3

'명품 거리' 샹젤리제는 그 전쟁터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들이 '혁신의 결과물'들을 앞다퉈 내놓고, 이 거리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급부상한 스위스 브랜드는 파리 올림픽 시기에 맞춰 이곳에 매장을 새로 열고 '참전'을 선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올림픽, 철인 3종 경기 남자부 경기에선 메달리스트의 카본화 브랜드가 모두 달랐습니다. 알파플라이3를 신고 뛴 뉴질랜드의 헤이든 와일드는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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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이키의 '혁신 DNA'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알파플라이3'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저 역시, 알파플라이3를 신고 생애 처음으로 10K에서 50분 벽을 깼습니다. '버킷리스트'인 '풀코스 완주'에 대한 용기도 생겼습니다. 지난달 26일을 시작으로 오는 11일까지, 파리 올림픽 기간 나이키는 전 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매일 아침 2시간, 러닝 세션을 진행했는데, 이렇게 샹젤리제 거리를 달리며 한편으론 '러너'로서 의지를 다졌고, 다른 한편으론 '기자'로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혁신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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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진행된 러닝 세션
선수의, 선수에 의한, 선수를 위한 '애슬릿 하우스'

지난 5일, 애슬릿 하우스에서 그 궁금증이 살짝 풀렸습니다. 애슬릿 하우스는 나이키가 올림픽 기간 선수들의 경기 준비와 휴식, 그리고 회복을 돕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복지 공간입니다. 육상 경기가 열리는 스타드 드 프랑스 맞은편에 자리한 애슬릿 하우스, 그 입구에는 '킹' 르브론 제임스와 '로켓맘' 프레이저 프라이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실내는 선수와 가족이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 또 개성을 드러내며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미용실, 세계 최고 수준의 물리 치료 및 회복 시설을 갖춘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선수의, 선수에 의한, 선수를 위한 시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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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릿 하우스 입구(좌)와 스타일링 공간(우)

인상적이었던 건 치료실 앞에서 발견한 부츠와 조끼였습니다. '헬스케어' 브랜드, 하이퍼아이스와 협업해 개발한 제품으로 아직 일부 선수들만 사용해 본 '실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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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와 하이퍼아이스가 협업해 만든 부츠와 조끼

부츠는 열과 압박, 마사지로 경기 전후 회복을 돕는 신발로, 신고 가볍게 이동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 사용해 본 골프선수 김주형은 "착용 후 발이 훨씬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고, 르브론 제임스는 "이건 마법의 부츠다"고 극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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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는 얼음이나 액체 없이 발열과 냉각이 가능해 워밍업 혹은 쿨다운 때 체온을 조절을 돕는 기능을 합니다. 실제 착용해 발열 기능을 써보니 한여름임에도 기분 좋게 따뜻해지면서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하이퍼아이스의 사장인 앤서니 카츠는 "선수의 경기력 향상과 회복을 목표로 나이키와 수년간 노력한 결과"라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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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경청에서... 혁신에 'Finish Line'은 없다

이곳에서 만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1996, 2000, 2004) 출신 미국 여자 농구 '전설' 돈 스탤리는 "혁신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과 국가의 한계, 나아가 인류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잘 듣고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첫발을 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알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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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릿 하우스 하이퍼아이스 공간(좌)과 커피 공간(우)

애슬릿 하우스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짧게는 4년, 길게는 평생을, 오직 경기일에 맞춰 모든 걸 쏟아내는 선수들에게, 현재의 '선수촌'은 한계가 있습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 처음 선수촌 개념이 도입된 후 정확히 100년이 지나도록 많은 발전이 이뤄졌지만, 1만 4,0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하는 공간엔 불편함이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골판지 침대, 에어컨 논쟁이 대회 직전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특히 프로스포츠로서 산업화가 이뤄진 종목의 선수들의 경우, 올림픽 기간 오히려 평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관리를 받게 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때 나온 불만에 대해 '올림픽에선 어쩔 수 없다', '모두가 같은 환경이다', '이런 데 적응하는 것도 능력이다'고 애써 자위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 겁니다. 공교롭게도 애슬릿 하우스가 세계 각국의 취재진에게 공개된 그날,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는 그동안 쌓인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자신의 부상에 안일하게 대처해 온 협회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겁니다. 내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기성 체제에 맞서기 위해 이를 악물었던 겁니다.

올림픽, 또 스포츠가 지금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해주기 위해선, 선수를 향한 지원과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나이키는 이번에 처음 시도한 애슬릿 하우스 지원을 앞으로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개선점을 찾는 건, 이번에도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서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그다음, 목표에 대해선 나이키 설립자 필 나이트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혁신에는 Finish Line(결승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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