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차' 지하주차장보다도 위험한데…기계식 주차장 전기차 이용 확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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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전소된 차량

일반 주차장보다 화재에 더 취약한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할 수 있는 차량의 제원(諸元) 기준을 상향하는 시행규칙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차량의 제원 기준이 상향되면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워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가 어려웠던 전기차 대부분이 입고할 수 있게 돼 화재 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3월 입법예고한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할 수 있는 차량의 제원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주차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 중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워 하중 등에 상한이 있는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하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중형과 대형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는 차의 제원 기준이 상향되면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전기 승용차 중 97.1%, 대형 기계식 주차장은 99.7%가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기존에는 중형 기계식 주차장은 전기 승용차의 16.7%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대형 기계식 주차장은 93%가 이용 가능했습니다.

기계식 주차장은 이미 전기차로 인해 사고 위험의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전기자동차 등장에 따른 대형 화재·붕괴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장 중대 사고는 증가하는 추세이며, 전기자동차 보급이 증가함에 따라 노후화된 기계식 주차시설의 '주차장치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계식 주차장 등 차량 하중의 영향을 받는 인공 구조물에 다수의 전기자동차가 주차할 경우 건축물 붕괴로 대형 화재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 소방시설법 시행령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계식 주차장에만 물 분무 등의 소화설비를 설치하게 돼 있습니다.

소화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기계식 주차장도 각 층이 아닌 사실상 한 층에만 소화설비를 설치해도 무방해, 화재 발생 시 진화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화재 시 고온 유지와 함께 불길이 지속되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경우 질식소화포나 이동식 침수조 등 특수 설비를 사용해야 하나, 진입이 쉽지 않은 기계식 주차장의 특성상 이런 설비를 사용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한 기계식주차장 설비업체 관계자는 "철골 구조의 기계식 주차장은 콘크리트 구조의 주차장보다 화재에 더 취약하지만, 규정은 오히려 완화돼있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기계식 주차장을 제어하는 '컨트롤룸'을 지정된 밀폐구역으로 별도 설치하고, 마모로 합선될 가능성이 높은 주차장 내 케이블의 내구성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철골 구조 기계식 주차장과 동일한 방식인 '랙크식 창고'의 경우 일정 높이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어 화재 진압에 유용하다"며 "기계식 주차장도 이처럼 어느 곳에서 불이 나도 즉시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국토부는 기계식 주차장에 입고할 수 있는 차량의 제원 기준을 상향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애초 이달 중순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안전성 검토 등을 이유로 시행 시기를 미루기로 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인천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도 있었고, 기계식 주차장이 화재에 더 취약할 수 있으니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관계 부처 등과 더 심도 있게 논의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더 필요한 기준은 없을지, 불이 났을 때 대처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등을 모색하고 보완책을 마련한 후 시행 시기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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