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태권도 '라이징 스타' 박태준…치밀한 스무 살짜리 전략가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 지난 6월 발차기 훈련을 하고 있는 박태준

"저는 안되나 봐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준(20·경희대)에게 가장 큰 벽이 된 선수는 장준(24·한국가스공사)입니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으로 꼽혀온 장준은 박태준보다 네 살 많습니다.

180㎝대 초반인 키도 박태준보다 2∼3㎝ 큽니다.

한성고 시절 박태준을 지도한 전문희 감독은 장준에게 번번이 패한 박태준이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던 걸 기억합니다.

지난 2월 올림픽 남자 58㎏급 선발전 전까지 두 선수의 전적은 6전 6승입니다.

장준이 모두 이겼습니다.

박태준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여준 '라이징 스타'입니다.

고3 때인 2022년부터 보여준 성장세는 비교 상대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고3 때 국가대표가 된 박태준은 2022년 10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해 덜컥 금메달을 따왔습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도 박태준입니다.

그런 '초신성' 박태준에게도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장준의 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대회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올림픽 겨루기 랭킹에서 박태준은 5위였습니다.

장준은 이보다 높은 3위였습니다.

올림픽에는 한 체급에 국가당 1명만 출전할 수 있습니다.

파리행 티켓의 주인공을 가르기 위해 치른 선발전이자 7번째 맞대결에서는 박태준이 드디어 이겼습니다.

3판 2승제로 펼쳐진 선발전에서 1, 2경기를 연달아 잡았습니다.

전 감독은 전략의 승리라 봅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8강전에 출전한 한국 박태준

오른발잡이인 박태준은 평소 왼발을 앞에 위치하고 경기를 치르지만 장준과 선발전에서는 오른발을 앞에 뒀습니다.

정면 승부로는 겨루기의 달인 장준을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 모험수를 뒀고, 이 전략이 적중했습니다.

전 감독은 박태준의 최고 장점이 치밀함과 영특함이라 봅니다.

전 감독이 박태준을 처음 봤을 때는 초등학생 때였습니다.

지금 신장이 180㎝인 박태준이지만 그때는 또래보다 작았던 걸로 그는 기억합니다.

전 감독은 언론 통화에서 "체격이 작은데도 경기하는 걸 보니 '감각'이라는 게 있었다"며 중학교 졸업 당시 어떻게 한성고로 데려와야 하나 고민했다고 합니다.

전 감독이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롤 모델'인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를 따라 박태준이 먼저 전 감독을 찾았습니다.

이대훈의 모교가 한성고였기 때문입니다.

박태준은 태권도가 '경기'인 만큼 점수를 따고 상대를 수세로 몰기 위한 전략이 중요함을 압니다.

막 유럽 전지훈련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지난 6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할 '전략'을 짜는 데 중점을 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전략에 대한 건 전부 비밀이라면서도 "어떤 선수와 만나,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등을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태준이 이같이 다가올 경기를 먼저 연구할 수 있는 건 기본기가 탄탄해서입니다.

양발 공격이 다 가능하고, 스탠스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데다 발차기 기술도 다양해 여러 전략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오른발 머리 공격이 안 먹히면 왼발로 몸통을 짜 점수를 쌓으면 됩니다.

왼발 몸통 공격이 안 통하면 또 다른 공격 경로를 찾는 식입니다.

이대훈 코치는 "과거에는 1등 하는 선수들이 이렇게 양발을 잘 썼다. 하지만 전자호구시스템으로 바뀐 후에는 한 발만 써도 우승하는 선수가 나오면서 '굳이 양발을 써야 하나'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태준이는 그냥 태권도 자체를 잘한다. 다양한 기술을 써서 경기를 이어가는 걸 보면 '태권도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2024 파리올림픽 & 패럴림픽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