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79만 개' 습지서 온실가스?…배출 vs 흡수 계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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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습지는 우리 기후 환경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꼽히고 있죠. 그런데 이 습지가 오히려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정말 습지가 기후위기를 오히려 일으킬지, 아니면 도움이 될지 먼저 김민준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이곳은 창녕 개성천 인근의 대봉늪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마름이나 개구리밥, 줄 같은 식물이 많은데, 오염물질을 거르고 잠자리가 밥을 먹는 장소가 돼 줍니다.

더 깊은 습지 주변에서는 버드나무 군락지가 눈에 띄고,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삵의 흔적도 발견됩니다.

[임정철/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 : 이렇게 흔적이 남아 있는 걸 봐선 아직 오래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습지는 이렇게 생태적 가치가 크지만, 기후적으론 오명도 있습니다.

광합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일반 식물과는 달리, 습지의 미생물은 오히려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대봉늪 같은 습지는 전국에 56만 헥타르.

축구장 79만 개 크기입니다.

이 습지가 1년에 내뿜는 온실가스량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30만 톤.

승용차 6만 대의 배출량과 비슷합니다.

그럼, 습지는 온실가스 배출원일 뿐일까.

습지 안팎에서는 대체로 나무나 풀이 더 잘 자랍니다.

[임정철/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 : 습지 안엔 이런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물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주로 물에 대해서만 (온실가스량을) 산정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면적의 6퍼센트인 습지는 그 자체로는 탄소를 뿜어내지만, 습지가 키운 녹지가 육상 탄소의 30퍼센트나 빨아들이니 습지가 탄소 배출원인지, 흡수원인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 습지가 얼마나 녹지를 형성하는지, 또 식생은 어떤지와 같은 정밀한 습지 분석이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완한 뒤, 습지의 기후적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방명환·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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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렇다면 국내 습지가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양과 또 빨아들이는 양이 얼마나 되는지 저희 취재진이 전문가와 함께 정밀히 따져봤습니다.

이 내용은 정구희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시화호의 물을 정화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비봉 습지입니다.

이곳에 자라 있는 많은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반대로 이곳에서 메탄이라는 온실가스가 배출되기도 합니다.

습지에서 왜 메탄이 나오는 걸까.

습지에 자란 갈대를 밀폐된 실험장비에 넣고,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해 봤습니다.

메탄 농도가 계속 증가하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가스 효과가 25배나 더 강한 기체입니다.

땅속 미생물들이 메탄을 만들면 그걸 갈대 뿌리가 흡수하고, 다시 빨대처럼 가운데가 텅 빈 줄기를 타고 외부로 배출됩니다.

[박채리/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원 : 메탄이 (직접) 토양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갈대의 통기조직을 통해서도 밖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메탄을 뿜어내는 특성 탓에 '습지는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시각이 아직은 많습니다.

실제로는 어떨까.

습지에 실험장비를 설치한 뒤,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을 측정했습니다.

1㎡의 습지가 11개월 동안 뿜어내는 메탄의 양은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355g.

반면 갈대 같은 습지 식물들은 같은 조건에서 508g을 흡수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두 수치를 상쇄해 보면, 습지는 탄소를 배출하기보다는 오히려 흡수하는 셈입니다.

[강호정/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메탄을 내보내는 양보다 더 많기 때문에 탄소 저장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이 됩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습지와 농지, 그리고 공업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각 비교해 분석하는 정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 영상편집 : 김준희, 디자인 :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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