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더 서러운 전세사기 아파트…붕괴 외벽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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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벽 마감재 떨어진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한밤에 외벽 마감재가 떨어지는 소리에 전쟁 난 줄 알았어요. 조만간 태풍까지 온다니 불안해서 한숨도 잘 수가 없어요."

지난 2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에서 주민 A(43·여) 씨는 1층 주차장에 한가득 쌓인 외벽 마감재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마감재들은 지난 18일 강한 비바람에 건물 외벽에서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열흘 가까이 주차장에 잔해가 방치되면서 아파트는 지진 피해 현장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13층짜리 아파트 한쪽 벽면은 콘크리트가 훤히 드러났고 몇 장 남지 않은 마감재만 위태롭게 군데군데 붙어 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외벽 마감재가 떨어져 나간 것은 작년부터 벌써 세 번째입니다.

이번에는 마감재가 외벽 가스 배관까지 건드려 주민들은 하루 가까이 가스를 사용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다른 벽면에 붙어있는 마감재도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주변에 숙박업소 등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2차 피해까지 우려된다"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남 모(62) 씨 일당이 전세사기 범행에 사용한 아파트입니다.

수백억 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기소된 남 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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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에 핀 곰팡이

외벽도 문제지만 아파트 내부 누수 피해도 심각합니다.

한 층에 여러 가구가 있는 아파트 복도에서는 물에 젖었을 때 나는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벽면 곳곳에는 금이 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던 집안 내부 벽면에는 검은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었습니다.

집중호우로 아파트 안팎은 엉망이 됐지만 복구 작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복구 비용을 각 가구의 소유주가 분담해야 하지만 전체 70가구 중 59가구는 구속된 남 씨 일당의 소유로 남아 있어 복구비 마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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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에서 떨어진 외벽 마감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 또한 대부분 전세사기 피해자여서 복구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처지입니다.

한 세입자는 "전세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복구 비용을 세입자가 왜 내느냐"고 반발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집주인과 관리업체 등 모두 건물 관리를 뒷전으로 한다"며 "지자체에서 적극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은 공공기관의 지원을 호소하지만 미추홀구는 사유재산인 아파트에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추홀구는 다만 민간복지재단을 통해 가스 배관 복구비 165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현행법에는 전세사기 피해 건물의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마땅히 없다"며 "유관부서 회의를 통해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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