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본사에 밤새 운집한 피해자들 "휴가 일정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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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

"휴가 일정을 바꿔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오늘(25일) 오전 8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는 곽 모(45) 씨는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정산 지연사태 피해자입니다.

곽 씨는 위메프를 통해 270만 원짜리 사이판 여행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습니다.

다음 달 중순이면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대금 정산이 이뤄지지 않아 여행사로부터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오전 6시 30분쯤 환불을 요청하러 왔다고 합니다.

곽 씨는 여름휴가 일정을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예약 취소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곽 씨는 "여행사 쪽에서 재예약 비용을 요구해 왔다. 취소할 경우 수수료 얘기도 나온다"며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상품을 구매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비용이 더 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오전 7시 30분쯤 위메프 본사에 왔다는 강 모(34) 씨도 비슷한 피해를 겪었습니다.

강 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9월 동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위메프에서 450만 원을 들여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습니다.

강 씨는 "여행사에서도 대금이 안 들어와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신청하지 못한 상태이니 환불받으라는 연락이 왔다"며 "해결이 아직 안 됐다.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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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 요청서 작성하는 위메프 고객들

경찰과 위메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오늘 오전 8시 30분까지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소비자 400여 명이 모여들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 기준으로도 80명 넘는 피해자가 환불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쓰레기통에는 밤새 운집한 피해자가 마시고 버린 음료수캔이 쌓여있었습니다.

자판기 커피 음료는 동이 나 붉은색 엑스자 신호가 켜진 상태입니다.

한때 위메프 본사에서 한 남성이 "경찰 오라고 해", "내가 사채를 줬어 뭘 줬어"라며 고함을 질러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습니다.

한 피해자는 "대표자가 같은 사람이면 같은 회사인데 왜 위메프는 되고 티몬은 안 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오전 9시쯤 신사동 티몬 본사 건물 앞에도 굳게 닫힌 문 앞에 고객 20여 명이 몰려 대기하고 있습니다.

간밤 현장 환불이 진행된 위메프와 달리 티몬은 현재도 건물을 폐쇄한 상태지만 고객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달리 방법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티몬 앞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 고객은 "'티몬 캐시 4천만 원어치를 구매했는데 환불도 안 되고 연락이 전혀 안 돼서 찾아왔다"며 "설명이라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곳 고객들은 향후 티몬 관계자가 건물에 올 경우 사람이 몰리거나 싸움이 날것을 대비해, 직접 상담 순번까지 정해 대기 중인 모습입니다.

위메프 관계자는 "환불을 요청한 400여 명 가운데 300여 명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 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는 다른 계열사인 티몬으로까지 확산, 보름 넘게 이어지며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피해 규모가 1천억 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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