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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8만 원' 디올 백, 턱없이 비싸다고 하지 않는 이유 [스프]

[트렌드 언박싱] 논란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그들의 브랜딩…"힙을 넘어 클래식으로" (글 : 기묘한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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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의 발행인으로,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뉴스레터를 통해 업계 현직자의 관점을 담은 유통 트렌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최근 개당 300만 원을 호가하는 디올 백의 원가가 단돈 8만 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논란이 되었다. 이탈리아 검찰이 불법 강제 노동 의혹을 조사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생산 원가가 적나라하게 공개된 것이다. 디올뿐이 아니다. 267만 원에 판매되던 조르지오 아르마니 가방은 약 14만 원, 심지어 1,200만 원을 호가하는 로로피아나 스웨터의 원가가 고작 39만 원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논란은 미국으로 건너가 에르메스까지 타깃이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르메스 버킨백을 둘러싼 사회 현상을 분석하면서, 1,600만 원에 판매되는 버킨백 기본 모델의 원가가 140만 원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프랑스 공방에서 수작업을 고수한다는 에르메스조차도 원가는 판매가에 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원가 대비 너무 비싸다는 의견부터, 불법 노동 착취 의혹까지 더해지며 대중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배울 점은 없을까? 이들이 저지른 잘못은 고치도록 의견을 내야겠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들이 높은 가격표를 붙일 수 있었던 비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쩌면 논란이 있을 정도로 높은 가격은 그들의 뛰어난 브랜딩 역량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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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는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그들의 가격을 정당화한다. 출처 : 에르메스

올봄 서울에는 두 명품 브랜드가 전시를 열었다. 하나는 국내 진출 27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에르메스의 팝업 전시회였고, 나머지 하나는 DDP에서 열린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였다.

에르메스는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이라는 이름으로 팝업을 딱 9일만 진행했는데, 거대한 임시 건물을 지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에르메스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이 직접 와서 작업을 시연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시의 핵심이었는데, 관람객들은 '이러니 비쌌구나'를 연발하며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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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역시 전시회를 통해 자신들의 제품을 예술품의 반열에 올리고 있다. 출처 : Yuji Ono

까르띠에의 '시간의 결정' 전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유료 전시회였다. 약 두 달간 돈을 내고 까르띠에 제품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이 무려 10만 명에 달했다. 에르메스가 장인정신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가격을 옹호했다면, 까르띠에는 스스로의 제품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덕분에 까르띠에 주얼리는 하나의 상품이 아닌 19세기 말의 장식 변천사를 보여주는 예술품이 되었다.

사실 초창기 명품 브랜드 대부분은 일종의 혁신 제품에 가까웠다. 에르메스는 마구 용품에서 시작되었고, 루이뷔통 역시 여행가방 전문 매장에서 출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강력한 브랜드 자산, 즉 브랜드 헤리티지를 축적하며 명품의 반열에 올랐다. 우수한 기능과 독특한 디자인이 없어도 그 이름만으로도 고객의 지갑을 여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이들이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앞서 소개한 전시 등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지속해 온 것은 물론, 일부 브랜드는 재고가 쌓여도 결코 할인을 하거나 아웃렛에 물건을 넘기지 않았다. 과거 명품 브랜드가 재고를 싸게 팔기보다는 차라리 태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게 그들은 초창기 명성을 만들었던 이유들을 대부분 잃었지만, 대량 생산의 시대에도 확고한 입지를 지키는 데 성공한다. 스스로의 가치를 상품에서 작품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이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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