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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의 '흙수저 신인'이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이유는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Why Trump Picked J.D. Vance, by Matthew Continetti


오프라인 - SBS 뉴스

* 매튜 코티네티는 "미국 보수 세력의 100년 전쟁(The Right: The Hundred-Year War for American Conservatism.)"을 쓴 작가다.

도널드 트럼프가 워싱턴의 기득권을 끔찍이 싫어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정치 제도와 언론, 참모들, 완곡한 수사를 비롯한 온갖 불문율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반대하며, 할 수 있다면 이를 뒤엎으려 한다.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J.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것도 기존의 정치적 관행을 보란 듯이 깨부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지금까지 부통령 후보를 고르는 기준은 분명했다. 당의 단합을 도모하거나 핵심적인 경합주에서 득표력이 있는 후보가 선택됐다. 아니면 워싱턴 정치 경험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에게 정계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사람이 뽑히곤 했다. 밴스 의원은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트럼프 또한 전통적인 후보와 거리가 먼 사람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을 때 그는 아마도 2024년 너머를 바라봤을 거다. 즉, 이번 결정은 2028년과 그 이후까지 공화당의 미래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보인다.

지난번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를 뽑을 때 트럼프의 처지는 지금과 달랐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에게 맞서 트럼프는 엄연한 도전자였다. 대부분 클린턴의 승리를 점치는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트럼프를 향해 공화당 내에서도 미덥잖은 시선이 적지 않았다. 특히 사회적으로,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유권자들이 그랬다.

트럼프는 결국, 마이크 펜스를 선택했다.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들의 두터운 지지와 신뢰를 받던 펜스는 12년간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중서부 인디애나주의 주지사였다. 트럼프가 과연 자신들의 가치를 대변할지 의심하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트럼프가 워싱턴의 권력자들을 상대하는 데도 펜스가 도움이 될 거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트럼프와 펜스의 동맹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다가 2021년 1월 6일에 끝내 무너졌다. 며칠 전 암살 시도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트럼프는 헌법이 허락한 대통령 임기에 한 번 더 도전하면서 자신과 함께 백악관에서 일할 부통령 후보의 자질로 전임 대통령들은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들을 우선시하고 있다. 바로 자신을 향한 절대적인 충성과 정치적인 유산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던 밴스가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겠다고 변한 진화 과정을 높이 사는 것 같다. 밴스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트럼프 개인과 트럼프주의를 찬양하고 칭송한다. 그가 부통령이 되면 공화당 내에서 이민에 우호적이거나 국제 질서에서 미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부통령실을 통해 의견을 내는 길은 아예 막힐 것이다. 그는 2020년 선거에서 패한 뒤 트럼프가 한 일련의 행동을 한결같이 옹호했으며, 트럼프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 트럼프를 비판하는 자는 가차 없이 자신의 주적으로 삼고 싸워왔다.

밴스의 약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필했을 거다. 가난한 집안 출신인 밴스는 9.11 테러가 발생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 다녀온 참전 군인이다. 매우 젊은 나이에 베스트셀러가 된 회고록을 썼고, 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노동자계급 출신인 밴스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러스트 벨트 지역의 잊힌 유권자들의 표심을 붙드는 데 아주 중요하다.

밴스의 젊은 나이도 무시 못 할 장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젊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밴스는 이들에게서 더 많은 지지를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밴스는 앞날이 창창한 정치인이다.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리처드 닉슨을 선택했을 때 닉슨도 39세였다. 이후 닉슨은 22년간 미국 정치의 핵심에서 이름을 날렸다.

지금 공화당은 트럼프의 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트럼프로서는 부통령 후보를 통해 당을 봉합하거나 하나로 묶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는 것은 곧 트럼프가 공화당 내의 자유무역 신봉자, 정부 재정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 또 외교 정책에서 매파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끝내 외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11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들의 표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의 판단이 옳을 수 있다.

밴스 후보는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비교적 최근 뛰어든 축에 든다. 그러나 그는 올해 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섰던 니키 헤일리 전 UN 대사가 주장한 외교, 경제 정책을 단호히 배격한다. 밴스를 지명한 것은 트럼프가 공화당의 전통적인 세력들을 한 번 더 몰아내고, 당을 더욱 자기 손아귀에 넣는 계기로 삼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즉, 트럼프는 예비선거에서 자신에게 맞선 이들을 가차 없이 비판했고, 일찌감치 포기하고 경선에서 물러나라 종용했으며, 아예 당의 주요 정강을 자신의 성격과 선호도,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모든 걸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간결하고 애매모호하게 바꿔버렸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레이건 대통령 때의 유산을 대부분 지워냈다. 즉 종교적 보수주의, 자유로운 시장 기반 자본주의, 국제무대에서는 강경한 매파 정책이 공화당 정책의 근간이었는데, 이제는 다르다. 정책의 기조가 달라졌다고, 당을 지지해 줄 새로운 유권자층을 발굴하는 데 실패한 건 아니다. 공화당은 더 많은 소수 집단 유권자를 포용하며 외연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사실 밴스 의원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밴스의 기반이 있는 오하이오주는 이미 공화당을 지지하는 레드 스테이트가 된 지 꽤 됐다. 지난 2016년, 2020년 오하이오주 선거에서 트럼프는 모두 8%P 가까운 격차로 넉넉히 이겼다. 공화당 전당대회 시작 전날 발표된 CBS와 유고브

여론조사

를 보면, 트럼프는 이미 모든 경합주에서 바이든보다 앞서 있다. 여기엔 러스트벨트를 아우르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가 모두 포함된다.

게다가 밴스 의원은 워싱턴 정가에선 엄연한 신예다. 다음 달 40살이 되는 그는 당선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연소 부통령이 된다. (선출직) 정치 경력도 역대 부통령 가운데 가장 짧다. 지난 2022년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돼 2023년 1월부터 2년째 상원의원으로 일한 게 밴스의 경력 전부다. 나이도 젊고 정치 경력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밴스는 선거에서 승리해 부통령이 되면 최근의 어떤 부통령보다도 현재 부통령인 카말라 해리스와 닮은 점이 많을 것이다. 트럼프는 밴스의 현명한 멘토가 될 것이고, 밴스는 트럼프의 견습생을 자처할 것이다.

트럼프는 보통 인내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짜는 데도 능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법정에서 잇따라 기소된 데 이어 자신의 목숨을 노린 암살 시도까지 일어나고 나자,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는 자꾸 늘어났다. 게다가 비단 이번 선거에서 이기는 것뿐 아니라, 더 오래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놓아야 할 필요도 생겼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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