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종량제 봉투 QR 복제하니 '정품'…엉터리 위조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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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인이 팔 수 없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온라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소식, 저희 뉴스에서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이런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종량제 봉투에는 위조 방지 기술을 적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한지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자체 5군데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매했습니다.

서초구 종량제봉투에 인쇄된 QR코드로 접속하니 정품으로 인증됩니다.

그런데 구매한 10장 가운데 나머지 8장에는 QR코드 자체가 없었습니다.

안양시 봉투의 QR코드는 찾을 수 없는 페이지로 넘어갔습니다.

[읽혔는데… 검색 결과가 없는 거라고….]

종로구 봉투는 QR코드로 접속 후 봉투에 찍힌 일련번호까지 입력해야 정품 인증이 되는데, 끝자리 번호들이 뭉개져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왜 이러지? 근데 다 지워져 있는데. 이거 좀 이상한데?]

위조 방지 장치가 이렇게 대부분 엉터리인데, 지자체들은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서초구청 관계자 : (이렇게 (QR코드가) 없는 경우가 있나요?) 없는 경우가 있으면 안 되죠.]

[종로구청 관계자 : 똑같은 옷을 사더라도 어떤 옷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위조방지 장치로 QR코드를 사용하는 건 맞는 걸까?

보안업체와 함께 복제해 봤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한 다음, 간단한 컴퓨터 작업 후 프린터에서 인쇄만 하면 끝입니다.

제가 일반 비닐 봉투에 정품인증 QR코드를 프린트 해보겠습니다.

단 수십 초 만에 이렇게 인쇄가 되는데요, 핸드폰으로 이렇게 확인하면 정품으로 인증됩니다.

이제부터 이 봉투는 종량제 봉투입니다.

[IT보안업체 직원 : 이런 걸(QR코드) 가지고 정품을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죠.]

종량제 봉투는 일종의 유가증권이나 마찬가지여서, 특허 등 객관적으로 입증된 위조 방지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환경부 지침에도 어긋납니다.

[환경부 담당자 : (QR은 위조 방지가 안 되는 거죠?) 맞습니다. 네, 네, 네.]

[윤경숙/슬기로운 여성행동 이사 : 지자체가 국민을 기망해서 또 다른 위조품, 그러니까 정품을 위조한 또 다른 정품을 만들어내는 이 시스템을 방조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소비자단체들은 직무유기와 국고손실죄 등으로 지자체 관계자들을 고발할 예정입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VJ : 정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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