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범벅 안방 보니 한숨만…" 수마가 남긴 처참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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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흙 범벅 된 안방

"방 안 가득 진흙과 수초 더미가 밀려들었어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합니다,"

충북 옥천군 군서면 상지리 지경수 마을에 사는 김 모(67)씨는 11일 엉망진창이 된 집 마루에 걸터앉아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10일 새벽 중부권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간신히 몸을 피했다가 되돌아온 집 안 모습은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방과 거실, 주방 싱크대 등은 진흙 범벅이 됐고, 장롱 안의 이불과 옷가지도 모두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놔야 할 상황입니다.

주택 외벽에는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김 씨는 "마을 앞 하천이 넘친다는 말에 아내와 딸을 깨워 황급히 몸을 피했는데 수마가 할퀸 흔적이 너무도 처참하다"며 "물이 빠졌더라도 당분간은 경로당에서 생활해야 할 형편"이라고 걱정했습니다.

김 씨가 사는 지경수 마을은 10일 새벽 3시 하천이 범람하면서 저지대 8가구에 물이 들어찼습니다.

주민들은 신속히 빠져나와 화를 면했지만, 방안까지 거센 흙탕물이 휩쓸고 가면서 생활 터전이 처참히 망가졌습니다.

마을 이장 김응천씨는 "폭우로 하천 수위가 갑자기 치솟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웃에 위험을 알리면서 집을 빠져 나왔다"며 "몸이 불편한 어르신은 젊은이들이 등에 들쳐 업고 경로당으로 옮겼다"고 다급했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물이 빠진 뒤 군청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이 나와 복구를 돕고 있지만 수재민들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한 표정입니다.

한 수재민은 "고장 난 전기와 수도는 가까스로 복구했지만 물을 잔뜩 머금은 집안이 언제 마를지 걱정"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옥천군은 비가 그친 10일 오후부터 이 마을을 비롯한 수해지역에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200여 명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황규철 옥천군수는 "수재민들이 하루빨리 상처를 딛고 재기하도록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당장 입주가 어려운 수해가구는 임시거처를 마련해 생활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가 컸던 영동군도 이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400여 명을 수해지역에 투입해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씻어내고 쓰레기를 치우면서 수재민들의 재기를 도왔습니다.

또 100여 대의 중장비가 유실된 하천 둑과 도로 등을 응급 복구하고, 침수 농경지를 오가면서 배수작업에 나섰습니다.

영동군의회도 하루 만에 임시회를 중단한 채 수해복구 현장으로 달려가 힘을 보탰습니다.

전날 저수지 둑이 무너져 주민 1명이 실종된 영동군 심천면 명천리에서는 소방과 경찰, 수색견까지 투입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동소방서 관계자는 "실종자가 살던 컨테이너 주택 잔해는 발견했지만 내부에 사람은 없었다"며 "물이 흘러든 금강 하류까지 수색지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7일부터 나흘간 옥천은 348.3㎜, 영동에는 266.8㎜의 비가 내렸습니다.

특히 10일 새벽에는 일부지역에 시간당 66㎜에 이르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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