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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인 척하는 꼼수? "이거라도 해야 뭐라도 바뀐다" [스프]

[트렌드 언박싱]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투자의 중요성 (글 : 임이숙 한양대 ERICA 경영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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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끓어오르고 있다. 2023년의 세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그 기록도 갈아치울 조짐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참여한 2015년의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마지노선을 설정했으나, 이 역시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UN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이제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기후위기가 환경단체들에 의해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그러한 주장들이 무색하게도 지구의 온도는 높아만 가고 있다.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쌓여만 간다. 1950년 생산량 200만 톤이었던 플라스틱은 이제 4억 5천만 톤씩 생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필요에 따라 소비된 후 버려져 강들을 따라 이리저리 흐르다가 바다로 흘러들어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이루게 되고,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 내에도 쌓여만 간다.

올해 초에는 수십 개의 태반을 분석한 결과 모든 샘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연구도 학계에 보고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쌓여만 갈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과학자들의 우려가 커져만 간다.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탄소의 배출을 감축하고 플라스틱의 생산을 제한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이해관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이 문제에 전 지구에 걸쳐 대처하려 노력하고 있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탄소를 배출하고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주체인 기업들이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마땅한 것이고, 특히 기후위기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엑손모빌이나 쉐브론 등의 글로벌 원유회사들, 플라스틱 배출량 1, 2위를 기록하는 코카콜라, 펩시 등의 식품회사들은 환경 위기를 불러오는 기업들이라는 비판과 오명 속에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홈페이지는 전면에서부터 녹색으로 꾸며져 있으며, 실제로 원유회사들의 경우 탄소 포집 및 격리 기술에 투자하고 있고 식품회사들도 분해 및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대해 '그린워싱(greenwashing)'이 아니냐는 비판도 당연히 쏟아진다. 그린워싱이란 기업들이 친환경적 이미지만을 취하면서도 실질적인 친환경적 노력은 하지 않는 이른바 '위장환경주의'를 비판하는 용어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들의 뜨거워진 관심 속에 ESG로 대변되는 친환경 경영이 강조되면서 함께 대두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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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오염의 주범이면서 동시에 환경을 이야기하는 기업의 행태가 위선적으로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서는 오늘날의 기후위기와 환경 재앙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친환경 행보를 무턱대고 그린워싱으로 비판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기업의 친환경 전환이 그린워싱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것은 경영자의 환경에 대한 진정성일까? 진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자의 의사결정은 대체로 해당 기업의 이윤 추구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참된 의도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업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투자자와 근로자, 그리고 지역사회의 소비자들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의 압력과 영향 속에서 기업이 어떠한 실질적인 노력을 보이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 위기에 맞선 우리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결국 기업의 실질적인 행동 여부이지, 경영자 본인의 실제 의도는 아닐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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