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도에 설치된 분리대가 완전히 파괴되어 있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로 보행자 안전 대책을 재정비해야 하는 것 아니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에서 희생자들은 모두 철제 방호울타리(가드레일)가 길게 쳐져 있는 인도에 서 있다가 변을 당했는데, 이 가드레일이 사실상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할 뿐 보행자를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1일 시청역 인근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가해 차량은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인도를 집어삼켰습니다.
늦은 퇴근길 거리를 걷던 시민들은 등 뒤에서 시속 100km 가까운 역주행 차량이 덮친다는 인식조차 못 한 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에는 철제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었지만, 충돌과 함께 뿌리째 뽑혀 나뒹굴어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시청역 인근 직장인 공 모(33)씨는 "매일 걷던 곳에서 사고가 나 온몸에 털이 쭈뼛 선다"며 "이후 인도를 걸을 때도 차도를 한 번씩 살피게 된다"고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운행 중인 차량이 인도를 덮쳐 인명피해를 내는 사고는 자주 발생합니다.
오늘(3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보행자 교통사고'는 19만3천883건 발생했습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5천232명과 19만6천127명에 달합니다.
지난 3월 11일 부산 사하구에서는 도로에서 발생한 3중 추돌 사고의 여파로 차량 2대가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지난해 4월 대전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도를 걷던 배승아(9)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2021년 9월에는 80대 운전자가 몰던 택시가 부산역 대합실 연결 승강기 앞 버스 전용 승강장 안전난간을 들이받은 뒤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2명을 쳤습니다.
이에 시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가드레일의 안정성을 제고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설치된 가드레일은 도보와 도로를 구분하고 보행자의 무단 횡단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돼 차량의 충격을 전제하지 않고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봉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구조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한국방재안전학회에 게재한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도 안전시설(방호울타리) 설치 현황 및 개선 방안'에서 "차량 방호성능이 고려되지 않은 방호울타리는 방호란 단어를 제외해 안전시설의 기능을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주 수석연구원은 또 "보도에 설치하는 방호울타리 종류를 보도용, 어린이보호구역용, 도로 횡단 방지용, 난간 등으로 세분화해 차량 방호성능이 고려된 방호울타리와 보도 이탈 방지를 위한 울타리·난간으로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서울시도 가드레일 안전성을 강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이번 사고로 희생된 시청 청사운영팀장 김 모(52) 씨의 빈소에서 "사고 현장에 가보니 가드레일이 많이 손상됐다"며 "어떤 점을 보완해야 불측의 교통사고 발생 시 인명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더 튼튼한 가드레일을 설치한다 해도 차량이 돌진할 경우 보행자를 온전히 보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입니다.
시 관계자는 "보행자용 방어 울타리 개선 방안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으나 안전성을 더 높이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