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유급 임박하자 수업 재개 나선 의대…출석률은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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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 공백이 5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를 따라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도 학교로 돌아오지 않자 대학 측은 무더기 유급을 피하려고 비대면 강의를 여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을 떠나지도 못한 채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들의 피로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대구시 중구에 있는 경북대 의대 캠퍼스는 예과와 본과 1∼2년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재개했지만, 비대면 강의가 이뤄진 탓인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경북대는 학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오늘(8일)부터 수업을 재개했지만, 등교 준비 등을 할 수 있도록 2주가량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오는 15일부터는 본과 3∼4학년의 임상 실습도 재개합니다.

경북대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을 실시간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실제 수업에 참여한 학생 수를 당장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전북대 등 일부 대학 역시 개강을 더 늦출 수 없다고 보고 수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개강을 한 대학의 의대생 출석률도 저조한 편입니다.

가천대 의대는 지난 1일부터 온, 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했지만, 재학생 250명 중 대면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가천대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강의실로 돌아오라고 계속 설득하고 있다며, 일단 사태를 지켜보면서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충남대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수업하고 있지만 대부분 불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들은 집단 유급 사태를 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전남대와 조선대, ·부산대, 차의과학대, 가톨릭관동대, 울산대, 건양대 등은 오는 15일에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대부분 대학은 지난 2∼3월 일부 수업을 시작했으나 학생들이 출석하지 않아 개강을 미뤄왔습니다.

수업 재개가 늦어진 만큼 방학 없이 줄곧 수업한다면, 정상 수업 일수를 채울 수 있어서 무더기 유급 등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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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에서는 인터넷에 강의를 올려 학생들이 언제든 비대면 수업을 듣고 출석 처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비대면 강의를 시작한 제주대 관계자는 강의 출석률은 파악이 안 됐지만, 집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음 주 중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진주 경상국립대 의대 역시 2∼3주 내 수업 동영상을 시청하면 출석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유급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의료 현장에서의 혼란이 지속하자 당초 사직서를 내기로 결의한 대학병원 교수들도 대부분 현장을 지키며 환자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교수 336명을 대상으로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대해 설문한 결과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 비율은 응답자(253명)의 87%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주 100시간 이상 진료한다고 답한 비율도 11.9%나 됐습니다.

전체의 80.2%가 24시간 연속근무 후 다음 날 12시간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박정수 충남대병원 비대위 대변인은 전체의 62% 이상이 앞으로 한 달 안에 신체적·정신적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말 제주대 의대 교수 153명 중 1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는 모두 정상적으로 나와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도 인하대 의대 교수회를 비롯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울산대병원에서는 아직 진료 축소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응급실 운영 차질도 거의 없는 수준으로 파악됐습니다.

근무 축소를 예고한 교수들이 대부분 진료와 응급실 당직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충남대병원 교수들도 근로 시간을 조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충북대병원 도내 유일 신생아 집중치료실과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들이 빈번하게 숙직 근무를 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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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병원으로 중심으로 의료 공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강릉아산병원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력이 부족한 탓에 현재 정형외과 수술과 외과 복막염을 제외한 수술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강릉아산병원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산과와 부인과 수술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가 어렵다는 메시지를 줄곧 띄우고 있으며, 흉부·복부 대동맥 응급 역시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가 힘들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조선대병원은 평상시 대비 병상 가동률 70%, 수술 진행률 50%, 외래진료 90%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진료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으로 현재 외래 진료와 수술 건수 등이 점차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광주의 한 3차 병원 관계자는 대통령과 전공의 단체의 면담으로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텄으나, 사태에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불안한 상태라며, 이번 사태가 조만간 종식되리란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수술실 12곳 중 8곳만 가동하고 있으며, 병상 가동률은 기존 70%대에서 현재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충북대병원은 하루 평균 수술 건수가 평소에 비해 50%, 병상 가동률은 40%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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