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AI가 인플루언서로 만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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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으신가요? 가령 내 SNS 스트리밍 방송에 수만 명이 동시 접속해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삶을 말이죠. 이제 AI가 하루아침에 그 꿈을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앱 하나만 깔면 됩니다. 이 앱을 실행하면 SNS 스트리밍 화면 속에 내 모습이 등장하고, 전 세계 수만 명의 시청자 팬들이 열광합니다.

스트리밍 화면 속에 폭풍처럼 쏟아지는 채팅들. 내용이 너무 많고 휙휙 지나가다 보니 다 읽을 수도 없습니다. 비록 스마트폰 작은 화면 속의 글자들에 불과하지만, 거대한 채팅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막을 찢는 함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마치 유명 연예인들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했을 때의 딱 그 느낌! 그런데 이 수만 명의 시청자 팬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열광적인 채팅 물결이 모두 AI가 만들어낸 '가짜'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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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토론 커뮤니티 레딧에 "인공지능 채팅을 활용한 가짜 라이브스트림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기(Building an fake livestream with an A.I. chat to attract people)"란 논쟁적인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과 함께 첨부된 영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남성이 카페 같은 데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고정해 놓고 SNS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한 뒤 어떤 아름다운 여성에게 접근합니다. 이 여성은 남성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카메라를 살펴보더니, 어마어마한 시청자 수와 거대한 채팅 물결을 보고는 남자가 대단한 '인플루언서'라고 여겼는지 깜짝 놀랍니다. 쏟아지는 채팅 내용들을 보면,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 "영화 같은 순간이다"라며 실제 상황과 맥락에 꼭 들어맞는 찬사들 일색입니다. 이 여성은 모든 게 AI로 연출된 상황인 걸 모른 채 '가짜' 인플루언서 남성과 점점 깊은 관계로 빠져든다는 게 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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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구석에 이 앱 광고도 조그맣게 띄워 놨습니다. 사실 가짜 인플루언서로 둔갑해주는 AI 앱을 홍보하는 거죠. 이 앱을 이용해서 인플루언서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원하는 이성의 관심을 사로잡으라고 유혹합니다.

레딧에서 이 영상을 본 사람들 반응은 어땠을까요? 불쾌하다는 비난 일색의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형편없는 앱 광고다, 사기 범죄에 다름없다는 식으로 분통을 터뜨립니다. 혹시라도 이 앱을 사용할 이들에 대해서는 '한심한 패배자'라고 지칭하며 욕설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이 앱을 비난하는 정서를 대표할 만한 댓글을 하나 옮겨봤습니다.

"이건 정말 많은 사람들을 속일 거야, 웃긴 일도 아니야. 사람들은 이미 잘 속는 바보들인데, 이건 그들을 더 멍청하게 만들 거야. 이건 질 나쁜 앱을 위한 광고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이걸 구매하고 사용할 거야. 패배자들은 멍청이들을 속이기 위해 이걸 사용할 거야. 이건 모두 쓰레기의 순환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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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때론 이성 호감을 얻기 위해 건실하게 노력하는 이들이 많은데, 고작 AI 앱 하나로 연예인 뺨치는 유명세를 조작해 성공을 누릴 수 있다면 누가 노력을 할까요? 수많은 '무임승차자'를 만들어내고 공정한 사회 룰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실로 많은 이들이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AI가 딥페이크처럼 특정 인물을 가짜로 만들어내는 게 조작 수준이라면, 신뢰할 만한 정통 언론이나 당사자 확인 등의 교차 검증을 통해 노력이 들지언정 사실 여부를 아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 AI 앱처럼 다수의 채팅이나 댓글을 생성하는 조작은 사실인지를 검증할 수단이 딱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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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내에서 형성된 여론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진 사회에서 AI로 실시간 대규모 여론 조작이 얼마나 쉬운지를 이 앱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정한 정치 세력이 이 앱으로 여론을 왜곡할 수 있고,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습니다. AI 윤리 규범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AI 부작용이 횡행해 우리 사회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힌다면,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할 문제도 갈수록 까다롭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이미지 일부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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