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소방관 순직 화재, 온도제어기 고장으로 식용유 가열돼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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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6일 소방관 순직 화재 현장서 실시한 소방청 현장조사

올해 1월 경북 문경에서 소방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는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으로 현장에 쌓여 있던 식용유가 가열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방청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북 문경 순직 사고와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월 김수광(27) 소방장과 박수훈(35) 소방교는 문경의 한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던 중 숨을 거뒀습니다.

소방청은 사고 직후 외부전문가, 현장대원, 소방노조 등 25명이 참여한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왔습니다.

조사 결과 오후 7시 35분쯤 공장 3층 전기튀김기에서 불이 시작돼 상부의 식용유(982ℓ) 저장 탱크로 옮겨 붙었고, 이후 반자(천장을 가려 만든 구조체)를 뚫고 천장 속과 실내 전체로 빠르게 확산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안전장치인 온도제어기 작동 불량 등 때문에 쌓여 있던 식용유가 발화점(383도) 이상으로 가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울러 사고 발생 이틀 전 공장 관계자가 화재 수신기 경종을 강제 정지시킨 탓에 불이 3층으로 확산한 후에야 공장 관계자가 이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화재 당시 건물 내부에는 공장 관계자 5명이 있었고, 대피 여부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이 인명 검색과 화점 확인을 위해 건물 양 방향으로 진입했습니다.

3층으로 진입했던 구조대원 4명이 인명 검색을 위해 출입문을 개방하자 공기가 유입되면서 공기 중 고온의 가연성 가스가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대원 2명은 창문을 깨고 탈출했으나 순식간에 밀려 나온 강한 열과 짙은 연기, 붕괴한 천장 반자 등의 장애물 때문에 구조대원 2명이 고립됐고, 탈출한 2명의 대원은 동료 대원을 구하기 위해 재진입하려 했지만 화염과 열기로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이 공장은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아연·불소 코팅을 한 강판 사이에 충진재를 넣어 만든 것) 구조 때문에 불이 급격히 번졌고, 주 가연물로 추정되는 식용유에 대한 정보 전달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는 등 현장 상황 공유도 미흡했습니다.

소방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원의 안전 확보를 강화하고, 샌드위치 패널 등 위험 구조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현장 대원의 대응 기술을 고도화하고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재난현장표준절차(SOP)를 대원 안전 중심으로 전면 개정합니다.

현장 대응과 안전관리 필수정보를 신속히 전파할 수 있도록 모바일 전파 등 예방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현장 무전 통신 기능도 개선합니다.

건축구조·시설물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대상물 관리정보공유체계를 구축하고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합니다.

또 화재 위험이 큰 식용유 취급 기계·설비는 제조단계부터 안전기준을 강화하도록 국가기술표준원과 협의하고,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의 안전기준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강화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소방공무원의 교육훈련 강화를 위해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 평가·인증을 필수화함으로써 소방서장과 지휘팀장은 역량을 갖춰야만 보직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대원의 안전사고 발생 즉시 신속동료구조팀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별도 신속동료구조팀을 동시에 편성하고, 인력 충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소방안전교부세를 안정적으로 확충해 최고 성능의 장비를 지원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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