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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어둠에 오래 갇혀 눈을 잃은 물고기, 인류도 유사할까 다를까

[스프칼럼] 멕시칸 테트라의 변화는 돌연변이? 이로운 변이? (글 : 이대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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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칸 테트라(Astyanax mexicanus)라는 민물고기가 있다. 멕시코 동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 물고기의 별명은 '눈먼 동굴 물고기(blind cave fish)'로, 원래 눈을 가지고 있던 종의 일부가 동굴 속에서 눈을 잃어버린 것으로 유명하다. 빛이 비치는 수계에서 살아가는 멕시칸 테트라들은 여전히 눈을 지니고 있지만, 동굴로 들어가서 살게 된 여러 물고기 집단이 독립적으로 시력이 퇴화하거나 눈을 완전히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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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잃어버린 멕시칸 테트라 /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어쩌다 동굴 속으로 들어간 물고기들은 눈을 잃게 되었을까.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물고기가 깊은 동굴에 들어가면 눈을 쓸 일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퇴화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수긍할 수 있는 해석이다. 깜깜한 동굴로 들어간 멕시칸 테트라는 눈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쓸모가 없어진 몸의 빛깔도 잃어버렸다.

그런데 어떻게 그러한 퇴화가 일어났을까? 전통적인 해석은 눈이 쓸모를 잃게 되면서 더 이상 자연선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가설이다. 흔히 '중립-돌연변이 가설(neutral-mutation hypothesis)'이라고 불리는 이 해석에 따르면 동굴 물고기가 눈과 시각을 잃어버리는 이유는 돌연변이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중립'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 돌연변이가 중립이 된다는 것은, 돌연변이가 더 이상 개체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각에 생존과 번식을 의존하는 일반적인 물고기를 떠올려 보자. 눈을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유전자들이 망가지면 그러한 물고기는 생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즉, 눈 관련 유전자를 망가뜨리는 돌연변이는 '해로운' 돌연변이이며, 자연선택은 이러한 돌연변이를 집단에서 제거한다.

그런데 동굴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는 이러한 자연선택의 힘이 약해지거나 완전히 사라진다. 빛이 없는 조건에서는 시각이 감퇴한 물고기와 그렇지 않은 물고기 사이에서의 경쟁이 성립하지 않는다. 어차피 눈이 있는 물고기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눈을 망가뜨리는 돌연변이는 개체 간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중립' 변이가 되고, 그 결과 그러한 중립변이는 제거되지 않고 집단에서 점점 쌓이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중립-돌연변이 가설'만으로는 눈먼 물고기의 반복적이고 빠른 진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돌연변이는 우연히 생겨나야 하고, 그렇게 생겨난 돌연변이가 우연히 집단 내에 완전히 퍼져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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