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프리미엄

[스프] 스스로 '정상'이라 믿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당신의 자아는 굳건한가요?

[취향저격] 토드 헤인즈의 매혹적인 모호함 - 영화 <메이 디셈버> (글 :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오프라인 - SBS 뉴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새 영화, <메이 디셈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의 성향을 봤을 때 당연하게 생각된다. 그는 주류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가 소수자들을 서사화하는 방식은 비슷한 관심을 가진 다른 감독들과 차이가 있다. 사회가 비정상이라는 범주로 몰아넣은 캐릭터들을 묘사하면서, 누가 과연 비정상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토드 헤인즈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주류 사회의 습성을 비꼰다. 그는 무엇이 정상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메이 디셈버>를 보면서 토드 헤인즈의 인기작, <캐롤>을 떠올린 이유는 매혹적인 긴장감 때문이었다. 토드 헤인즈는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세계가 어느 한순간 파괴될 것 같은 불안감을 매혹적으로 표현하는 감독이다. <메이 디셈버>는 도입부터 스릴러 느낌을 주는 배경 음악을 깔고 있다.

영화 제목인 <메이 디셈버>는 나이 차이가 큰 커플을 뜻한다. 23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24년간 결혼생활을 지속해온 그레이시(줄리안 무어)와 조(찰스 멜튼)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자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그들 사이에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나탈리 포트만)가 끼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독립영화에서 그레이시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 가족과 며칠간 함께 생활하면서 인터뷰를 한다. 엘리자베스는 캐릭터의 내면을 이해해야 진실에 가까운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배우다. 하지만 영화는 진실에 접근하고 싶어하기보다는 진실의 존재 가능성을 비웃는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그레이시와 첫 만남을 가진 엘리자베스는 당황한다. 그레이시는 13살에 불과한 아들의 친구와 성관계를 가졌던 과거에 대해 일말의 가책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음과 모호함은 그녀에게 소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 되기에 집착한다. 영화는 그레이시와 엘리자베스를 의도적으로 한 화면에 잡아 닮은 모습으로 묘사한다. 엘리자베스는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거나, 회색지대에 있어서 연기하기 힘든 캐릭터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레이시와 조가 첫 관계를 맺었던 펫샵의 지하실을 찾아가 그 당시 그레이시의 모습을 재현하거나, 어린 시절의 조를 섹시하다고 표현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인다.

자신감과 확신으로 질서를 주장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레이시다.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우유를 억지로 먹이려 들고, 집안의 전통이라면서 딸에게는 체중계를 선물한다. 그리고 체중계가 없으면 어떤 삶이 될지 아냐고 경고한다. 체중계는 절제를 의미한다. 정작 본인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해 전 남편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에게 충격을 줬는데도, 진정한 사랑이라는 틀을 만들어 정당화한다. 세상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피해를 본 쪽은 조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암시까지 한다.

오프라인 - SBS 뉴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오프라인 - SBS 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스브스프리미엄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