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최나영 부장검사(가운데)와 김인선 검사(왼쪽), 박정애 수사관(오른쪽)
성탄절 전날 계모에게 쫓겨난 아동학대 피해 형제를 애정으로 보듬어 준 수원지검 검사와 수사관의 일화가 뒤늦게 알려져 주위에 훈훈함을 주고있습니다.
지난달 11일 수원지검 802호 최나영(51·사법연수원 35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 사무실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지난해 여성아동범죄조사부 김인선 검사(37·45기)가 수사한 이른바 '초등학생 형제를 상습 학대한 40대 계모' 사건의 피해자인 A(14세) 군과 B(12세) 군 형제였습니다.
A 군 형제의 계모는 2021년부터 2022년 12월까지 쇠자 등으로 형제를 때리거나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등 상습 학대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계모는 급기야 2022년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냈어야 할 형제들을 추운 길거리로 내쫓아버렸습니다.
그 뒤로 할머니와 지내게 된 A 군 형제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최 부장검사와 김 검사, 박정애 수사관은 형제를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할머니로부터 "아이들이 크면서 추운 겨울에 맞는 옷이 없다"는 말을 전해 들은 김 검사와 박 수사관은 지난해 연말 직접 옷 가게에 가서 패딩을 구매해 자필 카드와 함께 A 군 형제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줬습니다.
비용은 최 부장검사가 사비를 털어 마련했습니다.
할머니는 "시장 옷도 괜찮다"고 했지만,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최 부장검사와 김 검사는 패션에 민감한 요즘 아이들의 취향을 고려해 유명 브랜드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숏패딩'을 사줬다고 했습니다.
계모의 매몰찬 학대로 나쁜 기억으로 남았을 성탄절이 이제는 아름답게 기억되길 바라는 수사팀의 따뜻함이 담긴 선물이었습니다.
이에 할머니는 "고맙고 감사한 검사님에게, 가장 추울 때 패딩 점퍼 사주셔서 너무 포근하고 따뜻하게 잘 입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라는 내용의 손 편지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 학대 피해 아동들의 할머니가 보낸 감사편지
아울러 김 검사는 패딩 선물과 함께 겨울방학 중 검찰청 초청도 약속했는데, 약 한 달 만인 지난 달 11일 검찰청 견학이 실제로 이뤄진 것입니다.
A 군 형제는 어느덧 중학교 3학년과 예비 중학생이 되어 검사실을 방문했습니다.
형제들은 검사 업무에 대해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쏟아 냈다고 합니다.
김 검사는 첫째 A 군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며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도 된다"며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지내기로 했습니다.
검사들과 즐거운 대화 시간을 가진 형제들은 박 수사관과 방검복 등 수사장비를 체험해보고 검찰청사 1층에 있는 검찰역사교육관에서 교육도 받았습니다.
견학에 함께한 형제의 할머니는 "사춘기 남자애들을 혼자 키우느라 힘든 점이 많은데 검찰청 견학을 계기로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쏟아지는 업무와 재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검사와 수사관이 학대 피해 아동들을 돕게 된 이유에 대해, 최 부장검사는 "저도 아들을 둔 엄마라 아들을 보는 마음으로 도왔다"며 "또 피해 아이들이 언젠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리 사회가, 어른들이 이 아이들을 품어주고 관심 가져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해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최 부장검사 등의 일화는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 회의에서 직접 언급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이 총장은 검사와 수사관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오늘 검찰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더 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최나영 부장검사·수원지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