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생계유지 목적' 압류금지 채권 입증은 채무자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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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을 압류당한 채무자가 생계 유지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이라며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입증할 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지난 8일 A 씨가 B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예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 씨는 한 대부업체로부터 18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고 법원은 2012년 A 씨의 예금채권에 대해 압류·추심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B 은행 계좌에 남아있던 150여만 원이 압류됐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채무자의 한 달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을 압류금지채권으로 규정한다'는 민사집행법 규정을 근거로 해당 예금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 반환 소송을 냈습니다.

은행 측은 "압류 금지 금액은 채무자의 전 금융계좌를 통틀어 인정해야 하는데, 압류명령을 받은 여러 금융기관 중 하나로서는 개별 금융기관의 예금액만으로 그것이 압류 금지 채권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며 맞섰습니다.

1·2심은 "원고의 청구를 거절하려면 오히려 피고 측이 압류금지 금액 범위까지 압류명령의 효력이 미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원고가 금전을 따로 보유하고 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예금주인 채무자가 압류 당시 총 예금 잔액이 민사집행법 규정에서 정한 금액(150만 원) 이하임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 해당 예금이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A 씨가 압류된 각 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을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 증명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B 은행 계좌에 남은 예금이 압류금지 채권에 해당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압류금지 채권 해당 여부에 대한 증명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액사건의 상고 요건인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에 해당하는 사건이 아닌데도 심리를 한 이유에 대해 "같은 법령의 해석을 두고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내놓는데도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 생활의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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