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들이 함께 있는 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4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의 선처를 받았습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현존 건조물 방화 미수 혐의로 기소된 A(44·여) 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오늘(13일) 밝혔습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입니다.
A 씨는 지난해 3월 14일 오후 4시 37분쯤 인천시 부평구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라이터로 가정통신문 2장과 커튼에 잇따라 불을 붙였고, 놀란 남편 B(43) 씨가 물을 뿌려 껐습니다.
당시 9살과 7살인 자녀 2명도 함께 집에 있었습니다.
A 씨는 친정어머니와 남편이 말다툼하자 화가 나 신경 안정제를 복용한 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법원은 "범행 당시 약물 중독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A 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피해가 크지 않았다며 선처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신경안정제 등을 복용해 약물 중독 상태였던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범행 전후 피고인의 행동 등을 보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진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방화는 재산 피해나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자녀들이 있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이 사건으로 자녀들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정 불화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초범이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