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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이것은 "혁신의 탈을 쓴 불평등"인가 아닌가

[뉴스페퍼민트] 플랫폼 사업자의 막대한 이윤과 벼랑 끝으로 몰리는 노동자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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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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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gig)이란 영어 단어의 첫 번째 뜻은 크지 않은 규모로, 때론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음악 연주나 코미디 공연입니다. 이어 두 번째 뜻이 일 또는 직장인데, 정규직보다는 임시로, 부정기적으로 하는 계약직 일자리나 소일거리에 가까운 뜻입니다. 우버 기사나 앱 기반 배달원 등 우리나라에선 보통 "플랫폼 노동자"로 번역되는 단어가 영어로는 "gig workers"입니다. (정확히 같은 뜻은 아닙니다만, 서로 대체할 수 있는 단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식 채용보다 부정기적인 업무를 임시로 맡아줄 사람을 구하는 사업장과 그 일을 할 사람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통해 구한 일자리니 "플랫폼 노동"이라는 이름도 일리 있는 명명으로 보입니다. 이를 예전에는 공유 경제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공유 경제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쉬 교수

는 플랫폼 노동 또는 긱 노동을 가리켜 "이윤의 대부분을 기업이 독차지하고 노동자들에겐 이윤의 부스러기를 나눠주는 가혹한 노동 형태"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볼 것이냐, 개인사업자로

볼 것이냐

를 놓고

몇 해에 걸쳐

열띤 논쟁

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량 호출 플랫폼

타다

운전기사가 노동자냐 개인사업자냐를 두고 벌어진 법정 공방도 그렇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지위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용주가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고용 보험이나 각종 의료 보험 등 법에 따른 최소한의 혜택을 보장해야 하고, 급여를 지급하면 그에 대한 세금(급여세)도 내야 합니다. 기업으로선 이게 모두 부담이지만, 그렇다고 비용 절감을 위해 함부로 줄이지 못하도록 정부가 법으로 막아놓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노동자가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노동을 통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결국 사회가 유지되고 경제가 돌아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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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더 많은 사람들이 '긱 노동자'로 분류되는 것이 모두에게 나쁜 이유

최근 콜로라도주 덴버시 노동국이 엄연한 노동자를 독립된 사업자로 취급해 부당 이윤을 취득한 혐의로 플랫폼 사업체 두 곳에 합쳐서 100만 달러 넘는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인상적인 점은 이 정도로 큰 규모의 과태료 처분을 내린 게 연방 규제 당국이 아니라 시 정부라는 점입니다. 물론 덴버는 콜로라도주의 주도이자, 인구 70만 명으로 미국 기준으로 보면 대도시에 속합니다. 시장을 규제하는 연방 규제 당국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처럼 주로 독점 등 불공정 경쟁 문제를 감독합니다. 반면에 플랫폼 사업자 등 법망을 피해 부당하게 이윤을 올리는 업체에 대한 단속은 주 정부나 지방정부가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 정부나 지방정부, 시 정부가 기업에 소송을 벌이는 사례는 21세기 들어

잦아지고 있는데

, 특히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발생한 공중보건 위기의 책임을 오피오이드 제조 업체에 묻는 등 공중보건과 관련한 법정 공방에서 정부가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면서 더 활발해지는 추세입니다. 긱 노동을 규제하는 이유도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노동자가 가져가야 할 몫까지 빼앗아 가며 부당한 이윤을 거둬 불평등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면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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