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1심 선고 결과가 오늘(5일) 나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는 오늘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엽니다.
기소된 지 1천909일, 5년 2개월여 만입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강화 및 이익 도모 ▲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 부당한 조직 보호 ▲ 비자금 조성 등 네 가지 범주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구체적 죄목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30여 개에 달합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주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주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지난달 26일 같은 법원 형사합의35-1부가 잔부 무죄를 선고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혐의와 상당 부분 겹치지만, 당시 재판부가 임 전 차장의 일부 재판개입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함에 따라 오늘 선고 결과가 주목됩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서울남부지법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과 관련해 심의관에게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행위 등에 대해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봤습니다.
전주지법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행정소송과 관련해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단방법'이라는 법리를 전달하게 한 행위 등도 직권남용죄 구성 요소에 부합한다고 봤습니다.
또 임 전 차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탄압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일부 성립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사법행정의 '3인자'이던 임 전 차장의 이런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이를 지시·승인하는 등으로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논리였습니다.
임 전 차장 재판부가 같은 취지로 판단할 경우,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관련 사건 가운데 세 번째로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법농단 관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14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일부라도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은 두 명뿐입니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2심에서 벌금 1천500만 원을,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