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총리에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첫 임명…"역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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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오닐 북아일랜드 신임 총리

북아일랜드 신임 총리에 사상 처음으로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인 미셸 오닐 신페인당 부대표가 임명됐습니다.

이번 임명은 지난 1921년 친영국 성향 연방주의자들이 지배력을 보장하기 위해 탄생한 북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중대한 정치적 지각 변동으로 평가됩니다.

현지시간 3일 오닐 신임 총리는 총리직 수락 연설에서 "오늘은 새로운 새벽을 맞은 역사적 날"이라며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섬기고 북아일랜드 시민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닐 총리의 임명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로 평가받습니다.

아일랜드 통합을 지향하는 신페인당이 지난 2022년 5월 치러진 자치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29%를 기록하고 사상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총리 지명 권한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친영 성향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브렉시트 후 본토와의 사이에 무역장벽이 생긴 데 불만을 품고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하면서 자치의회와 행정부 출범이 계속 지연돼 왔습니다.

북아일랜드 영유권을 둘러싼 유혈 사태를 종식하고 현재의 평화 체제를 구축한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과 연방주의 정당이 함께 연정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러다 최근에야 민주연합당 DUP가 영국 중앙 정부와 무역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 연정 복귀를 선언하면서 2년 만에 자치정부 공백 사태가 마무리될 길을 열었습니다 신임 오닐 총리는 임명이 확정된 직후 "나의 부모, 조부모 세대에서는 올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1977년생 아일랜드 코크주에서 태어난 오닐 총리는 북아일랜드 의회 의원이었던 프랜시 몰로이의 고문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7년 선거에서 당선돼 북아일랜드 의회 의원이 됐습니다.

이후 2011년에는 농업·농촌개발부 장관, 2016년에는 보건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장관 시절 그는 동성애자 남성의 헌혈을 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부터는 마틴 맥기네스 신페인당 대표가 사임한 후 당을 이끌게 됐습니다.

오닐의 아버지인 브랜던 도리스는 과거 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며 분리주의 무력투쟁을 벌이던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일원이었고, 이 때문에 수감됐던 전력이 있습니다.

오닐 총리의 사촌인 토니 도리스도 IRA의 일원이었으며 1991년 영국 공군특수부대(SAS)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배경부터 민족주의자인 오닐은 벨파스트 평화협정 이후 정치에 입문한 첫 세대로서, 무장 투쟁 대신 평화를 강조했습니다.

지난 202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을 때 오닐은 조의를 표했으며 찰스 3세의 대관식에도 참석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신페인이 IRA의 정치 조직이었던 과거에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오닐이 표방한 좌파 자유주의와 부드러운 정치 스타일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직장과 주택 부족 등에 시달리는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아울러 오닐의 정치 스타일은 과거 무장 투쟁 시절의 남성 중심적이고 독단적인 정치적 분위기와는 대비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오닐이 이끄는 신페인 당은 통일된 아일랜드라는 공화주의적 열망을 내세우는 대신 브렉시트 충격 후 급등한 물가에 대응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정책을 강조했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이날 오닐 총리가 임명되자 아일랜드계로 잘 알려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축하를 전하며 북아일랜드 의회 복원을 환영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는 중요한 발걸음"이라면서 "평화 배당금을 강화하고 공공 서비스를 복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의 큰 진전을 계속하는 연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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