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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주식 · 부동산 무섭게 폭락한 중국, 다급히 '금'을 사 모으는 이유

[교양이를 부탁해] 달러의 무기화가 만드는 탈달러화 (글 : 교양이를 부탁해)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권애리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해 뉴욕에서 미국 외교협회 행사에 연사로 나왔는데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어떤 나라들은 중국 돈이나 인도 돈 같은 대체 통화를 찾거나 자체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달러가 갖고 있는 기축통화의 지위가 더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 물론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한테 이런 얘기를 좀 하고 싶은 거죠. '지금 미중 갈등이 너무 격화되면 중국만 힘든 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여러 가지로 힘들어지는 점들이 나오니까 좀 적당히 해달라' 그 서두로 이런 얘기를 했지만요. 어쨌든 유럽 중앙은행의 수장 입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당연한 걸로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 말라는 말이 나왔다는 거는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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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서 미국과 그 동맹 그리고 중국 러시아와 그 동맹 이렇게 두 개로 세상의 공급망 분리가 점점 더 굳어지는 그런 해가 될 거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러면 미국과 그 동맹이라고 할 수 없는 나라들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미국의 지배력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한 해가 될 거고요. 결국 달러의 지배력을 벗어나려는 노력과 이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달러의 무기화가 오히려 달러를 약하게 만든다

권애리 기자:

지금 미국의 금융 제재를 2년째 받고 있는 러시아 있잖아요. 우크라이나와 계속 전쟁을 하는데도 러시아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고 살고 있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지금 러시아 사람들은 중국이랑 교역을 할 때는 러시아 루블화와 중국 위안화의 비중이 92%까지 이르게 된 걸로 나옵니다. 달러를 근간으로 한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는 배제가 돼버리니까 이렇게 자국 돈으로 국제 결제가 일어나는 비중이 올라가는 거예요.

이 중국이라는 대국과 러시아라는 대국이 서로 필요한 물자를 주고받고 이렇게 할 때는 달러가 사실상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해서 러시아가 저렇게 전쟁을 할 수가 있겠죠. 이제 러시아는 SWIFT 대신에 SPFS*라는 자기네 결제 시스템의 영역을 넓히고 있고요. 러시아 사람들이 비자나 마스터 카드를 쓰는 게 매우 불편해진 대신 미르라는 MIR*라는 자신들의 지급 결제 시스템을 또 안착시키려고 하고 있는데, 이것도 조금씩이지만 영역을 넓히고 있거든요.

*SPFS: 러시아 국제결제망. 세계 은행 간 금융결제를 위해 만든 정보통신망 (SWIFT)의 러시아 버전으로 2017년부터 가동 시작.

*MIR: 러시아연방중앙은행이 소유하는 국가 지불 시스템. 신용카드, 체크카드를 발급하여 Mir Pay라는 전자지불수단 운영.

'달러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로부터 반하고자 하면 달러라는 엄청나게 강력한 무기로 확 그 나라를 틀어막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달러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통화, 가장 믿을 수 있는 기축통화였어야 하잖아요. 아무리 나쁜 놈이라고 할지라도 그 달러로부터 배제될 수 있다는 걸 세상이 보게 되면 '역시 달러도 공기 같은 건 아니구나' '미국에 반하게 되면 여기서 배제될 수가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되고요. 그렇다면 러시아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방국이라든가 미국과 동맹을 그렇게 맺고 있지 않은 나라들은 이런 생각을 훨씬 더 강하게 가졌겠죠. 결국 달러가 무기화될수록 달러의 위상이 떨어질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달러의 역설이 지금 보이고 있고요.

예를 들면 독재자라고 생각을 해보세요. 지금 자기 금고에 달러를 막 쌓았는데 내가 만약에 미국이나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미국이 이거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위기감이 중동 국가들이라든가 이런 데 나오기 시작했다는 거죠. 신흥국들이 지난해에 달러를 많이 매집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옵니다. 지금 탈달러라고 하는 거는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도 굉장히 크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과 그 동맹이라고 할 수 없는 나라들 같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노력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중국 같은 경우에 위안화로 사우디에게 원유를 결제하고 싶다 계속해서 타진하고 있고요. 브릭스는 꼭 미국의 반대를 하는 나라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중국과의 경제적인 유대나 이런 부분들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안에서는 위안화로 결제를 하자 이런 노력들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기능할 수 있는 아주 큰 근간 중에 하나는 아직까지는 세계의 에너지는 원유인데 달러가 아니면 그걸 살 수 없었다는 게 아주 컸거든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계속 구멍이 뚫리고 있는 거예요. 달러가 기축통화가 앞으로 안 될 것이냐? 근미래에는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이 아성을 허물려고 시도가 계속될 것이냐? 당연히 계속될 것이고 금이 그 한가운데에 있는 자산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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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모으기

Q. 작년 5월에 '친절한 경제'에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막 사 모으기 시작한다는 리포트를 봤어요. 벌써 수개월이 지났잖아요.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합니다.

권애리 기자: 지금도 계속해서 그 상황은 이어지고 있어요. 2022년에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모으는 모습이 많이 나타났었거든요. 2023년에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을 모으는 그런 모습은 훨씬 더 큰 규모로 나타났다. 세계금협회라는 곳이 있어요. 여기에서 분기별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얼마나 금을 새로 모았냐 이런 집계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2023년 4분기 것도 나올 거고 지금은 2023년 3분기 상황까지가 나와 있는데, 동기 대비해서 14%가 더 많은 걸로 나타납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1월부터 9월까지 한 800톤 정도 금을 사들였는데 그중에서도 중국은 9월 이후로도 계속해서 금을 꾸준하게 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금 보유량에 대해서 세상에 투명하게 알리지 않은 나라들이 더 많아요. 중국도 그중 하나예요. 실제로 중국이 늘린 금 보유량은 이것보다 더 많을 거라고 추산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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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금을 얼마나 모으고 있는지가 투명하지 않은 나라지만요. 지난 2분기에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금 보유량을 많이 늘린 나라라고 세계금협회가 집계하고 있어요. 2분기에만 3.11톤이 늘었는데 드러난 게 이 정도라는 거예요. 미국의 금융 제재가 작동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역시 신냉전이라는 단어까지 쓰고 있는 지금의 세계 분위기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죠. 러시아와 중국의 금 보유량은 합치면 좀 많겠네요. 중국의 금 보유량은 2191.53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정도 되고요.

원래 달러는 금이랑 연동을 하기로 해서 지금의 기축통화 지위를 영국 파운드로부터 넘겨받은 거예요. 원래는 달러랑 금이 그대로 연동이 돼 있어야 됐어요. 과거에는 화폐 대신 금이었잖아요. 금본위제*에서는 달러가 금이랑 1대 1로 있겠다는 약속을 하고 달러가 지금의 기축통화 지위를 얻게 된 거예요. 그런데 닉슨 전 대통령 때 미국이 달러가 워낙 많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까 자의적으로 금과 자기들의 연결을 끊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서 달러가 지금 우리가 최근에 보고 있는 것처럼 그냥 미국 중앙은행이 찍어내면 그냥 찍어내고 안 찍어내면 안 찍어내고 이런 식으로 미국이 원하는 만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는 돈이 된 겁니다. 원래 달러가 처음에 기축통화 지위를 얻었을 때는 그런 돈이 아니었어요.

*금본위제도: 화폐단위의 가치와 금의 일정량의 가치가 등가관계를 유지하는 본위제도.

그러니까 그 1대 1만큼만 원래 달러를 내기로 했었었으니까 사실 세상에 금을 엄청 많이 갖고 있는 거죠. 근데 반대로 이제 달러와 금이 이렇게 고리가 끊어진 이 세상에서 달러가 그야말로 미국의 패권과 결합해서 이렇게 세계 기축통화로 작용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중국이나 다른 신흥국들은 금을 막 모으고 있는 그런 상황, 여전히 전체 보유량으로는 엄청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뭔가 금도 우리가 챙겨놔야겠다 이거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중국이 경제 위기에도 금 모으기에 몰두하는 이유

권애리 기자:

냉전 이후에 미국의 지위 근처까지 올라왔던 나라는 중국이 처음입니다. 세상에 저가로 막대한 제품들을 공급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그런 공장으로 기능을 할 때는 미국이 내버려 뒀는데 빅2까지 올라오게 되면서는 기술 패권이든 실제 권력, 무력에 있어서든 미국이 이제 중국이 더 이상 올라오는 거를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 2018년 2019년쯤부터, 정확히는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기 시작해서 이제는 세계의 무역 환경을 그야말로 좌우하고 있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경우에는 미국을 구슬리기도 하고 미국이랑 대항을 하기도 하고 계속해서 자기들은 커나가야 할 텐데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권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도 대항할 수 있는 힘이 많이 나타날 수가 없는 거예요.

지금 탈달러화, 달러를 대체하고 싶어 한다 이런 얘기를 우리가 계속하고 있지만 사실 앞으로도 상당히 요원한 일이에요. 달러의 기축통화로서 지위는 그렇게 쉽게 흔들릴 수는 없습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중국은 좀 더 금 모으는 데 집중을 한다고 볼 수 있고. 또 최근에 중국 경제가 상황이 안 좋잖아요. 지금 중국의 슬럼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부실 그리고 코로나 봉쇄로 인한 손실 이런 것도 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깊어지면서 미국이 중국을 작정하고 누르기 시작하면서 '역시 안 되는구나' 그게 굉장히 큰 상황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 개인 부자들 같은 경우에도 금을 헷지* 수단으로 가지려는 생각을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을 거고요.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로서도 위안화가 여러 가지 원유를 사들인다거나 아니면 자기들 우방하고 거래를 하는 데 있어서는 위안화를 달러 대신에 결제 수단으로 쓰려는 그런 방편을 넓히려고 함과 동시에 금을 좀 더 가지려는 그런 노력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사실 보관하기도 힘들고 무겁고 먹을 수도 없고 이자 한 푼 안 붙여주는 금괴를 이렇게 최근에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데는 달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여러 몸부림 중에 하나로 이런 노력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헷지: 현물가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현물과 반대되는 포지션을 가지는 것

여기서 이게 의미 있는 시도는 아닐 수 있다고 하는 그런 의견도 조금 얘기를 드릴게요. 중국에서 금 보유량을 지금 늘리고 있는 그런 상황은 중국이 일본과 더불어서 미국 국채 큰손인데 '중국이 갖고 있는 미 국채 보유량이 줄어들면서 금 보유량이 늘어난다' 이런 기사도 많이 나오기는 했었어요. 이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 게 있습니다. 일단 중국이 달러가 필요하니까 미 국채를 팔면서 달러를 끌어들이려는 그런 의도가 있었습니다. 탈 달러로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들도 필요해서 이런 측면도 있고요.

금리가 올라가면 기존 채권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의 가격은 올라가요. 이거를 딱 기억을 하시면 작년까지 상황이 어땠죠? 금리가 올라갔죠. 그러면서 미 국채 기존 채권의 가격은 떨어졌어요. 그러니까 중국이 미 국채를 많이 가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안 해도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의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죠. 사실 중국이 진짜 작정하고 달러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그게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넓게 봐서는 그런 일이 유의미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이 1997년 '금 모으기' 경험에도 금을 사지 않는 이유

권애리 기자:

금융위기 이후나 어떤 위기 상황이 나타났을 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가 있는데요. 달러의 위상은 장기적으로 계속 하향 추세이기는 해요. 전 세계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70%에 달했었는데 그게 장기간에 걸쳐서 60%로 내려오고 다른 통화라든가 다른 것들로 거래가 이어지는 그런 모습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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