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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핑크빛 시금치' 만났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사까? 마까?] 노지 시금치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세 가지 레시피 (글 : 정고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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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제철 채소를 찾아먹는 건 내게 가장 중요한 일로 자리 잡았다.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더라도 마트의 채소 코너에서, 시장에 소중히 담겨있는 채소 바구니에서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기란 충분하다. 제철 채소로 부지런히 바뀌어가는 채소 바구니는 도시인에게도 허락된 자연의 한 조각이다.

1월, 2월 즈음 유독 반가운 것은 '노지 시금치'다. 혹독한 환경을 뚫고 자라는 노지 시금치는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하우스에서 자란 시금치들은 잎 모양이 둥글고 하늘을 향해 가지런히 자라지만 노지 시금치는 잎 끝이 뾰족하고 키가 작으며 민들레처럼 바닥에 붙어 뻗어나간다. 뿌리 또한 훨씬 굵고 붉은빛이 돌아서 핑크색으로 보인다. 핑크빛 뿌리는 거칠게 자란 짙은 초록잎과 대조되어 더욱 특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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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시금치의 핑크빛 뿌리는 특별한 색만큼이나 단맛도 강하다. 겨울의 시금치가 맛있다는 것은 엄마가 알려주었다. 엄마 역시 제철에 바뀌어 가는 채소를 부지런히 챙겨 먹는 사람이었는데, 겨울이 되면 항상 핑크빛 뿌리의 시금치를 한 가득 가져와 생으로도 먹고 나물로도 무쳐주었다. 그리고 겨울의 눈을 맞으면 단맛이 더 강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새하얀 눈과 단맛이라니, 어쩐지 하늘이 부리는 마법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할머니 밭에서 눈을 맞으며 자라난 시금치들은 누가 설탕을 뿌려놓았다고 해도 믿을 만큼 단맛이 강했다.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들은 재래종이다. 재래종 시금치들은 뿌리가 붉고 잎이 뾰족하며 추위에 강해 영하 10도까지 견뎌낸다. 섬초나 노지에서 자란 포항초, 남해초가 여기에 속한다.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한파 속에서 단맛이 강해지면서 혹독한 환경을 견디어 낸 만큼 영양분도 많다. 항산화 비타민이라 할 수 있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가 하루 권장량을 거뜬히 충족할 만큼 많으며 뼈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K, 철분, 마그네슘도 많은 편이다. 또한 시금치는 단백질이 많은 채소에 속하는데 시금치 200g으로 약 8.3g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시금치는 옥살산이 많은 채소라는 거다. 옥살산은 혈액이나 소화액의 칼슘과 결합하면 결석이 생성될 수 있으므로 시금치를 생으로 매일 먹으면 신장 결석이 생길 위험이 있다. 옥살산은 끓는 물에 60초 이상 담가두면 대부분 제거되므로 데쳐 먹는 것이 안전하다.

노지 시금치는 흙이 많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물에 담가 뿌리를 긁어내고 서너 등분으로 가른 뒤 잎 사이사이에 있는 흙을 흐르는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그리고 꼭 생 시금치를 바로 먹어보자. 고소한 풍미와 달달한 뿌리의 맛에 눈이 번쩍 뜨인다. 찬물로 시금치를 손질하던 고통과 수고스러움이 아깝지 않을 만큼 놀라운 맛이다. 조리 단계를 최소화하면서도 이 보물 같은 노지 시금치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들을 뽑아보았다.

시금치의 제맛을 살린 레시피들

1. 시금치 샐러드

노지 시금치의 제맛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샐러드다. 아삭한 식감과 신선함이 살아있으면서도 시금치의 고소한 맛, 단맛, 짠맛이 고루 느껴진다. 여기에 사과나 귤처럼 달콤 새콤한 과일, 슬쩍 달면서도 시큼한 발사믹 식초, 씁쓸한 풍미로 접착제 역할을 하는 올리브유와 다진 아몬드, 그리고 후추를 살짝 뿌려 맛의 5각형을 완성한다. 든든히 먹고 싶다면 삶은 파스타면을 같이 버무리거나 빵을 구워 곁들여도 좋다. 시금치의 섬세한 식감과 맛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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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 노지 시금치 100g, 사과 1/4개, 아몬드 7알
- 양념: 올리브유 1T, 발사믹 식초 1T, 후추 약간

*1T는 밥숟가락에 평평하게 담은 것을 기준으로 한다.

깨끗하게 씻은 시금치를 준비한다. 뿌리가 두꺼운 것은 십자로 네 등분하고, 작은 것은 반으로만 가른다. 길이는 포크로 집었을 때 한 입에 먹기 좋은 정도의 길이로 자른다. 아몬드는 적당히 다지고, 사과는 얇게 슬라이스 한 뒤 2-3조각으로 자른다. 모든 재료와 양념을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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