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요금 250% 급등 예고에도 "그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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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 버스 정거장

"250% 인상이면 그렇게 (부담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최소 10배 오를 줄 알았는데…"

작년 한 해 동안 200%가 넘는 살인적(?) 물가상승을 기록한 아르헨티나에서 오는 2월부터 대중교통비가 250% 인상된다고 예고되면서 여론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미 이달 중순부터 수도권 지역의 대중교통비를 평균 45% 인상한 데 이어 내달 1일부터 버스와 기차 요금을 250% 추가로 인상할 예정이라고 아르헨티나 언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20여 일만에 대중교통비가 400% 정도 인상되는 셈입니다.

버스 최저 요금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난 12월 말 52페소(83원)에서 1월 중순부터 48% 인상되어 79페소(126원)가 되었고, 2월 초에 250%가 오르면 270페소(430원)가 되어 12월 대비 무려 421% 급등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폭의 상승 예고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만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차분한 편이었습니다.

대학생인 다니엘라(24)는 언론에 "모든 물가가 급등하는데 버스비가 270페소로 오른다면 생각보다 그렇게 크게 부담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옆에 있던 후안(22)도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니, 물가가 안정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수십 년간 정부 보조금 지원을 통해 인위적으로 대중교통비를 낮게 유지해 왔는데, 270페소로 상승한다 해도 한국 돈으로 430원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 12월 10일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나라에 돈이 없다"며 대규모 정부 재정 긴축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대중교통 보조금을 삭감하면 요금이 최소 10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상해온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에 비쳐보면 실제 인상률이 크게 낮기 때문에 안도하는 분위기라는 분석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상점 점원으로 일하는 요렐라이(28)는 "작년에 이미 최소 1천 페소(1595원) 정도로 오를 것이라는 보도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270페소(430원)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상승폭이 세 자리수를 훌쩍 넘는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부담이 가중된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근교에 살며 수도로 출퇴근한다는 멜리사(25)는 "난 총 2번의 기차와 4번의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는 내 월급의 10%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며 "월급이 적더라도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집 근처 직장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며 푸념했습니다.

에너지 전문가 훌리오 로호는 현지 매체 인포바에에 "대중교통비 250% 인상은 물가지수 4% 인상에 해당되며, 한 달에 44번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1만 2천 페소(1만 9200원) 정도 지출하게 되는데 이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최저임금의 8%에 해당하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월급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중교통비 최종 인상률은 월말 공청회 이후에 공식 발표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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