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이미 20년 전 시작됐습니다. 그럼에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걸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져, 오는 2월 발표될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은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달라질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신임 한국인구학회장을 맡은 김정석 동국대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Q. 연일 암울한 전망이 나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 구조는 어떻게 변할까요.
A. 인구 피라미드 형태를 보면 지금은 별형 모양인데, 점차 항아리형으로 변할 것이고, 그것이 다시 뒤집어진 호리병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린아이는 굉장히 적고, 위로 갈수록 노인층이 두터운 형태, 그것이 곧 우리가 직면할 인구 구조의 모습입니다.
Q. 전보다 거리에서 아이들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도시 대형마트에나 가야 아이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A. 세종특별시 정도 가시면 어린아이들과 젊은 부부를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는 더 이상 지하철이든 버스에서든 어린아이를 보기가 굉장히 힘들어지고 있죠. 경로석은 오히려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넘쳐나는 모습입니다.
Q. 인구학에서 '(가임여성 1명당) 2.1명을 낳아야 인구가 유지된다'고 하는데, 우리 현실은 '곧 0.6대로 떨어진다'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격차가 너무 큰데, 우리나라의 현재 목표 출산율과 장기 목표 출산율은 얼마가 돼야 할까요?
A. 특정한 수치를 목표로 잡는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어야 하거든요. 타당한 근거, 그 근거에 맞춰서 과연 이게 실현 가능한 숫자인가. 그런데 지금 그 두 가지를 갖춰서 말하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에요. 다만 우리가 바라는 정도의 목표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OECD 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합계출산율이 조금 낮다는 국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이나 일본 정도가 1.3명 정도고요. OECD 평균은 1.58명 정도 됩니다. 심리적으로 우리가 단기엔 1.3명, 장기적으로는 1.5~1.6명 정도를 목표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Q.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걸 우리 국민이 본격적으로 느끼는 건 언제쯤일까요?
A. 절대 수의 감소를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건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대도시에 사는 분들은 늘 인구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인구가 줄었다는 느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시골에 가야 빈집들이 많이 늘어난다는 걸 알 수가 있죠. 도시에 사는 분들은 인구 감소 자체보다는 인구 구성의 변화를 체감할 가능성이 더 많죠. 어린아이는 줄고 연세 드신 분들은 많이 늘어나는 현상을 매일 목도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더 익숙해질 겁니다.
Q. 수도권에서도 벌써 학교가 통폐합되고 있습니다.
A. 서울과 몇 개 도시를 빼고는 젊은 사람들이 이탈하고 있죠. 부산도 상당수 젊은이들이 서울 쪽으로 들어오고 있거든요. 서울이나 부산이나 인구수는 많고 복잡합니다. 그런데 지나가시는 사람들을 보면 젊은 사람이나 어린아이가 적다는 걸 분명히 느끼게 될 겁니다. 부산에서도 지금 걱정이 많습니다.
Q. 우리나라가 유독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이유가 있을까요.
A. 고령화는 전체 인구 중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과 '노인의 수' 이렇게 두 가지로 정의가 되거든요. 기대 여명의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 되겠죠. 또 아이가 적게 태어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인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면 고령화 사회, 14%면 고령사회, 20%면 초고령 사회라고 부르거든요. 저희가 조만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됩니다.
초저출산은 두 단계로 나눠서 볼 필요가 있는데, 1단계는 1960~1985년입니다. 그때까지 합계 출산율이 5~6명에서 2.1명으로 떨어졌거든요. 산업화·도시화와 경제 개발이 일어나는 단계에서 사람들이 '둘만 낳아서 잘 길러보자'라는 생각이 많았고, 그러면서 출산율이 확 떨어졌습니다. 그때 중요한 수단이 '가족계획'이었는데, 강제적인 것도 많았거든요.
1985~2000년 들어오면서 1.3명으로 떨어지고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지금은 경제 불안정, 고용 불안정, 개인의 심리 변화 등으로 인해 '굳이 결혼을 안 해도 되지 않겠나' '아이가 없어도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확산됐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다 보니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Q. 최근에 정부가 발표하는 보건복지 대책들을 보면 젊은 층의 자살, 우울증, 고립 같은 문제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이게 저출산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A. 그렇습니다. 저출산도 지금 젊은 분들이 당면해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 환경적인 악조건 등을 다 담고 있는 한 모습입니다. 안타깝게도 젊은 분들의 자살이나 좌절, 비혼 같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거죠.
Q. 인구학자로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A. 제가 걱정하는 건 세대 간의 갈등입니다. 세대 간의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건 맞지만, 그 자체가 갈등을 일으키진 않거든요. 사실 1970년대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그런 세대 갈등론이 많이 조장됐는데, 1980~1990년대를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제가 염려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를 둘러싸고 그런 조짐들이 보입니다. 조금 더 차분히 들여다보면 세대 갈등이 아니라 세대가 서로 협조할 수 있는 지점들이 역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정치하는 분들이 이걸 정치적 수사로 사용하지 말고, 조금 차분히 한국사회의 통합을 위해서, 세대 간 통합을 위해서 조금 더 고민해 줬으면 합니다. 세대 간 갈등이라는 정치적·사회적 이슈가 불필요하게 만들어지거나 과장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Q. 미국에서 우려와 달리 세대 갈등이 벌어지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A. 재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힘 있는 자가 더 많이 가져간다는 논리거든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노인과 청소년한테 들어가는 재원은 다릅니다. 또 노인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학교 짓지 말고 요양원 지어달라'라고 하지는 않는단 겁니다. 세대 간 연대가 있으니까요. 노인들이 지금 몇 백만 명인데 그분들도 다양하기 때문에 통일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Q. 저출산과 관련해 정부가 현금성 지원을 늘리고 있는데, 아직 출산과 초기 양육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A. 저도 자녀를 키워봤지만 태어나서 5살, 10살까지만 힘든 건 아니잖아요. 자녀를 출산하면 20세까지 부양해야 되는데, 굉장히 장시간에 이루어지는 투자이면서 희생이거든요. 그렇다면 정부 정책도 전 생애에 걸쳐 생각해야 될 거고요. 현금성 지원이 가진 효과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됩니다. 우리가 처음에 그런 정책을 펼 때 저도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저는 '조심해야 된다'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 가지고 출산할 의도가 없는 사람을 출산하게끔 끌어들인다는 발상 자체가 무례하고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요.
A. 요즘 젊은 분들은 굉장히 다양한 생각을 하고, 다양한 부류가 있잖아요. 다양성을 인정하면 됩니다. 결혼과 출산을 원하는 분은 도와드리면 됩니다. 자녀를 낳고 싶은 분들이 낳아야 자녀 양육도 잘 할 겁니다. 너무 숫자에 맞추지 말고, 국가적·사회적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낳고 싶은 사람 도와주고, 안 낳고 싶은 사람 존중하고, 낳은 아이들은 잘 키워내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좀 적으면 어떻습니까? 인구가 줄면 생산성이 감소한다고 걱정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생산 능력은 1인당 생산성 곱하기 생산 인구거든요. 생산인구가 줄면 생산성을 높이면 됩니다. 적정 인구수는 '적정'의 기준을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2천만 명이 적정 인구라는 분도 있고, 경제를 생각하면 7천만 명에서 1억 명이 돼야 한다고도 합니다. 해답을 꼭 인구에서만 찾으려고 하면 답이 없을 겁니다.
Q. 사회가 출산을 독려할수록 사람들은 더 낳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A. 마치 1960~1970년대 산아 제한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때는 눈으로 드러나게 한 거고, 지금은 왠지 죄인을 만들고 있죠.
Q. 인구 감소에 대한 답으로 이민 정책을 꼽기도 합니다.
A. 노동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현상이 벌어지면 해외 이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떤 형태로 누구를 받아들일지가 상당한 고민거리입니다.
지금 젊은 분들 중에 일자리가 없는 분들이 많죠. 노동력과 노동시장 간의 매칭 문제거든요. 그분들이 취업을 안 하는 일자리에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고 있잖아요. 한국인들이 그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한 문제 같습니다. 한국 분들의 취업을 어떻게 해결해 줄 거냐는 게 같이 가야 되는 거죠. 또 생산 구조가 굉장히 변하고 있는데 그러면 계속 낙오되는 분들은 많을 겁니다. 어떤 직종을 제공할 수 있는지 논의가 돼야 할 겁니다.
Q. 우리 사회가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잘 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A. 고령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예측을 했던 건데 현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고,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여러 가지 현상들이 발생하는 거죠.
우리의 노인 빈곤율은 40%*로 OECD 다른 나라보다 꽤 높습니다. 이건 세대 특성도 있긴 합니다. (*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지금 노인들은 많이 해봐야 저축이고, 자녀 투자가 많거든요.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거의 없는 형태가 많습니다. 이제 60, 70대 분들은 굉장히 달라질 겁니다. 또 하나 예측하지 못했던 게 노년기가 길어지는 겁니다. 이제 오래 사시다 보니까 자녀한테 자산을 넘겨줄 시점이 없는 거예요. 노인 빈곤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과도기적 현상이 있는 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노년층이 되면서 판도는 굉장히 달라질 거예요. 나름대로 노후 대책을 세우려고 할 겁니다. 노인의 건강 문제는 한국 사회가 잘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제도를 국가에서 책임지고 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합니다.
Q. 인구 정책에 있어서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보십니까.
A. 지금 20대 후반~30대가 300만 명 정도 태어났는데 이 분들이 자녀를 많이 출산하면 저출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골든타임이라고 하는 분도 있고요. 어떤 분들은 골든타임이 지났다고도 합니다. 글쎄요, 이 분들한테 희망을 거는 건 좋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추구하는 바가 굉장히 다양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누구한테도 출산을 해 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출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Q. 정부가 우선해야 하는 정책이 무엇일까요.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저출산은 저출산대로, 고령화는 고령화대로, 인구 감소는 인구 감소대로 나눠서 접근해야 합니다. 갑자기 어린아이들이 많이 태어나면 현재 노인 문제가 해결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한동안은 이중적인 과제를 지어야 돼요. 많이 태어난 아이들을 잘 양육하고, 늘어난 노인들을 부양하는 문제가 이중적으로 생겨요. 중간에 있는 허리가 너무 휘겠죠. 지금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가 묶여있는데, 내부적으로 저출산과 고령화와 이민 정책을 쪼개서 하고, 총괄하는 타워가 필요하겠죠. 한국 사회의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적 목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 자체 하나하나를 목표로 설정하는 게 어떨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