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만에 명예 회복…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된 5명 재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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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이뤄진 대규모 민간인 학살사건인 '국민보도연맹 사건' 당사자들이 74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유족들은 뒤늦게나마 가족들 명예가 회복된 것에 감사와 안도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어제(17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 정성화·최쌍준·권오명·고유식·이병순 씨 등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남침에 호응해 대한민국 정부 기관 파괴와 요인 암살 등을 담당하는 등 북한군에 협력할 것을 음모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950년 8월 마산지구 계엄사령부 고등군법 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며칠 뒤 형이 집행돼 모두 숨졌습니다.

이른바 국민보도연맹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반공 단체인 국민보도연맹에 소속된 연맹원들이 인민군에 가담하거나 다른 부역 행위 등을 할 것을 우려해 전국적으로 이뤄진 대규모 민간인 학살 범죄입니다.

경남에서는 창원과 마산, 진해 지역에서 보도연맹원 수백 명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 중 일부는 각각 재심을 청구했고, 2020년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보도연맹원 6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번 사건 유족들 역시 같은 사건으로 2021년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은 재심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재판부에 항고와 재항고장을 거듭 냈습니다.

이후 지난해 7월 대법원이 검찰 항고를 기각하면서 그해 11월 마산지원에서 재심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날 유가족들은 사건 발생 74년 만에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재판부는 공소 사실을 증명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비록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고 이를 통해 그간 피고인들에게 덧씌워졌던 인격적 불명예가 명예롭게 복원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고 이병순 씨 첫째 딸 이두희(75) 씨는 2살 때 아버지를 떠나보냈습니다.

가족들은 아버지를 찾는 이 씨에게 미국에 돈 벌러 갔다고 달래곤 했습니다.

이후 아버지 사연을 듣게 된 이 씨는 뒤늦게나마 아버지 억울한 마음을 달래야겠다고 생각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살아온 날과 아버지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세월이 거의 똑같다며, 재판부 무죄 선고 후 이제야 마음 한편에 쌓인 응어리가 사라진 것 같다고 울먹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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