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페를 3년간 운영하면서 지쳐왔던 제 마음을 싹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초등학생에게 감동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네요."
한 초등학생이 무인카페에 남기고 간 진심 어린 쪽지가 업주에게 큰 감동을 안겼습니다.
자신을 무인카페 운영 3년 차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A 씨는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등학생의 선한 영향력에 감동받는 하루'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A 씨는 "어제는 날이 추워 손님도 없고 매출도 없어서 한숨을 푹 쉬면서 CCTV를 확인했다. 보자마자 한숨만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CCTV를 본 A 씨가 한숨을 쉰 이유는 카페 바닥에 얼음이 잔뜩 쏟아져 난장판이 됐기 때문입니다.
화면을 돌려본 그는 얼음을 쏟은 이가 초등학생임을 확인했습니다.
A 씨는 "분리형 머신이라 컵을 꺼내서 제빙기에 올려놓고 얼음을 받아야 하는데 컵을 꺼내지 않고 그냥 레버를 눌러서 얼음으로 난장이 된 거였다. (아이가) 처음 이용해 봤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라"고 전했습니다.
A 씨에 따르면 해당 초등학생은 얼음을 치울까 말까 고민하더니 결국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A 씨는 "전화를 했으면 학생이 음료를 이용할 수 있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황급히 자리를 뜨더라. 맥 빠지는 순간이었다"며 "어차피 저 학생은 음료값을 지불했고 나는 노동 값이라 생각하고 청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저녁에 매장을 정리하러 간 A 씨는 선반 위에 꼬깃꼬깃 접혀진 의문의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종이를 펼쳤더니 손글씨로 적은 편지와 함께 천 원짜리 한 장이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무인카페를 처음 와서 모르고 얼음을 쏟았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고 치우겠습니다. 작은 돈이지만 도움 되길 바랍니다. 장사 오래오래 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얼음을 쏟은 초등학생이 1시간 30분 뒤쯤 다시 무인카페를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었습니다.
A 씨는 "3년 동안 무인카페를 운영하면서 일반적인 손님을 제외하고는 항상 악용하고 자기 편의에만 맞춰 이용하려는 고객이 대부분이라 해탈의 경지에까지 올랐는데 이 쪽지를 보고 그동안 지쳐있던 마음이 싹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학생은 자기가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성의로 1000원을 끼워놨다. 이런 초등학생 아이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감동을 받아보긴 처음"이라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1000원은 지갑 속에 고이고이 넣어놔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A 씨는 학생의 구매 이력이 남아있어 연락할 방법이 있다고 전하며 "언제까지 영업하게 될 진 모르겠으나, 이 학생에게는 영업을 접는 날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사진=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