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서 대한민국 대표 정치분석가들과 한국 정치를 컨설팅해 드립니다.
한때 개혁과 젊음의 상징이었던 86세대가 이제는 ‘수구 기득권’을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86세대 청산론’에 대해 “매우 공감한다” 30%, “어느 정도 공감한다” 22%의 답변으로 총 52%가 ‘80년대 운동권 출신’을 청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조사는 2023년 12월 28~29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사에서 "상식적인 많은 국민을 대신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윤석열 대통령 또한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자기들만의 이권·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흐름으로 보면, 정부여당은 22대 총선의 키워드로도 ‘86세대 청산론’ 카드를 꺼내들 걸로 보입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찌감치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우 의원은 “다음 세대를 키워야 하기에 물러난다”라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대표 86세대로 꼽히는 우 의원은 ‘86세대 청산론’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요? 정부여당이 꺼내든 카드 ‘86세대 청산론’은 이재명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 이후 총선을 준비 중인 민주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우상호 의원과 함께 86세대 청산론과 민주당 상황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86세대 청산론’이 이번 총선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22대 총선이 다가오며 정치권에서는 86세대가 얼마나 출마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오래 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86세대 간판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6세대 청산론’에 대해 “86세대 공격은 ‘일반화의 오류’”라고 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우상호 의원
소위 86세대의 1세대는 지금 퇴조하고 있어요. 송영길 (전 대표는) 구속되고, 제가 불출마하고, 그다음에 오영식도 정계 은퇴했잖아요. (지금) 86세대를 공격하는 핵심은 1세대예요. 초선된 사람들은 아직 3~4년밖에 안 됐는데 무슨 평가할 게 있습니까. 너무 구조화된 프레임 아닙니까.
저는 재선 1년 차부터 퇴진하라고 요구를 받았어요. 실제로 국회의원 한 지 5년밖에 안 된 사람한테 ‘네가 정치를 망친 책임을 져라’고 그랬어요. 저보다 선배가 한 50명 있었는데 선배 세대 물러가라 소리는 안 하고 저한테 물러나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이건 86을 타깃팅한 거라고 봐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거라는 한동훈 위원장을) 보면 정치를 잘 모르는 거예요. 타깃을 잘못 잡은 거죠. 원래 비대위원장이 처음 되면 반성과 성찰로 시작을 해야지 왜 욕부터 시작을 해요. (지금 민주당에) 저보다 나이 많은 선배가 20명쯤 되거든요. 그분들 물러나라는 소리는 안 하고 왜 86한테 물러나라 그래요. 나이 때문이면 우리보다 선배 세대한테는 왜 공격을 안 하냐고요. 약간 일반화의 오류들이 있어요. 86세대 중에 누가 문제면 그 사람을 찍어서 물러나라고 하는 게 정직한 거예요. 세대라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면 안 돼요.
윤태곤 실장(더모아 정치분석실)은 86세대 신인에 대해 짚으며 우상호 의원과 다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윤태곤 실장
우상호 의원이 ‘같은 86이라도 초선 한 사람하고 (4선 정도 한) 우리랑 같냐’ 이러셨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86그룹에서) 초선하겠다고 나올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86세대 중진 의원들) 중에서 능력 있고 역량 있는 사람은 오히려 남아서 원로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의원직) 여러 번 했던 사람은 불출마하고, (의원직 한 번도) 못했던 사람들, 즉 친구 또는 동생에게 ‘너는 못 했잖아. 내가 빠질 테니 이번에 해’ 저는 이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86세대 중에 신인이 나오는 것보다 새 자리는 젊은 사람이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싶죠. (86세대) 본인들끼리는 ‘누구는 (의원직) 한 번도 못해 고생하다 (이제) 신인’이라는데 유권자들이 볼 때는 대통령실 비서관도 하고 무슨 부시장도 했다 하면 그 사람은 신인이 아닌 거죠.
신당 창당하는 이낙연 전 대표… 평가는?‘86세대 청산론’과 함께 현재 민주당은 분열의 위기에 놓여있죠. 실제로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탈당을 예고하며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고, 비명계 ‘원칙과 상식’ 4인방 중 윤영찬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탈당했습니다.
이 전 대표의 신당에 대해 우상호 의원은 창당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상호 의원
보통 정치인이 행보할 때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감정과 감성이 있어요. 두 번째는 속셈이 있죠. 그리고 ‘이걸 하면 어떤 이익이 있겠다’는 속셈을 드러내지 않고 잘 포장하기 위한 명분이 있어요. 제가 이낙연 전 대표의 심정은 알겠는데 (이낙연 전 대표의) 속셈과 명분이 뭔지를 잘 모르겠어요. (단지) 이재명 대표가 싫어서 나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신당 창당에) 성공 못하죠. 이준석 전 대표는 명분이 있어요. (사실상 대표직에서) 쫓겨났잖아요. (그리고 만약) 이준석 정당과 이낙연 정당이 합쳐진다면 이낙연 정당이 없어질 거예요. 새로운 게 낡은 걸 대체하거든요. (이낙연 전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를 하는) 선택을 한다면 신당 창당에 의미가 없어요.
박성민 대표(정치컨설팅 MIN)는 민주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탈당한 배경과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한 배경이 아주 유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성민 대표
양당의 대통령과 당 대표가 힘이 약하니까 여유가 없다는 걸 느껴요.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표를 보면 양당 모두 리더십이 굉장히 약화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당시) 문재인 대표 시절 2016년에 전권을 주는 비대위원장을 앉힐 때만 해도 (비대위원장에) 전권을 줄 수 있었던 건 (문재인 대표가) 그만큼 당 장악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거예요. 반대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윤석열 당, 이재명 당’을 만들어야겠다는 어떤 강박증 같은 집착들이 있어서 여야 간 전선이 약화된 느낌이죠.
지금 (정세균·이낙연·김부겸) 세 분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에게)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이재명 대표의) 제스처가 안 보이는 거 보면 이 대표는 여유가 별로 없다고 봐요. 여유가 없는 배경에는 이 당을 본인이 장악하고 있지 못한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