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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위기를 통해 강해지는 능력! 글로벌 면역 체계가 필요한 이유는

[뉴욕타임스 칼럼] Why the World Needs Its Own Immune System, By Atul Gawa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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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툴 가완디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국제 보건 담당 부처장이다.

내가 미국 국제개발처(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에서 국제 보건 부문 대외 원조 담당 부서를 이끌게 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이 일이 얼마나 긴급 상황에 좌지우지되는가였다. 내가 관장하는 부서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과 질병을 줄이고, 국외의 보건 위협 요소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2030년까지 소아마비(소수의 

야생형 발병 건

을 제외하고 거의 퇴치 단계에 오기까지 

35년

이 걸렸다), HIV, 말라리아, 결핵 퇴치’와 같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일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러나 취임 이후 그때그때 발생한 비상사태에 시간과 관심, 자원이 몰리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임기가 시작된 2022년 1월, 당연히도 최우선 순위는 코로나였다. 그리고 2월 말이 되자 갑자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의약품 수송이 차단되고 병원과 병원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공격받았으며, 이재민들 사이에서 질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잠재적으로 러시아군의 무기보다도 더 많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사태였다. 일례로 우크라이나의 10만여 HIV 바이러스 보균자들은 목숨이 달린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구할 수 없는 위험에 처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약국과 진료소, 병원, 공공 의료가 제 기능을 유지하게 하려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같은 달, 말라위에서는 야생형 소아마비가 발생했다. 아프리카에서 지난 5년간 발병 건수가 없었으므로, 보건 부문에서 중요한 퇴보로 기록될 일이었다. 이후 20여 개국에서 

치명적인 콜레라

가 연이어 발생했고,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엠폭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가 하면, 가나에서는 에볼라의 위험한 사촌인 마르부르크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2022년 중반에 이르자, 세계 각지에서 정치적 폭력 사태와 기후 재난 때문에 

이재민이 1억 명 이상 발생

했고,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몰리면서 비위생적인 환경과 영양 부족,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부족으로 인해 질병과 사망도 늘어났다. 지난 5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보건 비상사태

를 총 56차례 발령했다. 세계보건기구 보건 비상사태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마이크 라이언도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이제 이런 일은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비상사태가 연달아 일어나고 종종 서로 겹치기도 하면서, 장기적인 공중보건 목표에 쏟아야 할 관심이 분산되는 것이다. 이런 패턴이 잦아들 기미는 전혀 없다. 이재민 발생이나 산림 파괴로 인해 인간과 야생 간 접촉이 늘어나면서 동물의 질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에볼라 바이러스의 감염원으로는 박쥐가 꼽힌다.) 실험실이 늘어나는데 안전 규정은 철저하지 못해서 실험실 사고로 질병이 발생할 위험도 매우 커지고 있다. 1979~2014년 사이 연평균 80회 이상의 실험실 감염이 보고되었고, 일부는 최초 감염 인원을 넘어 전파되기도 했지만, 사고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일도 많다. 합성바이러스학 분야가 성장하면서 인명을 구하는 

치료법

(예를 들면 mRNA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동시에 전염병을 대량살상무기로 

악용

하기도 쉬워졌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역 내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로 글로벌 면역 체계를 만든다면, 이러한 위기로 인한 위협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원조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위험이 커지면 이에 따라 우리의 역량도 커질 수 있다. 적절한 전략이 있다면 사고와 악당, 충격마저도 적응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위기로부터 회복하는 능력이나 위기에 저항하는 능력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이야기한 ‘안티프래질리티(antifragility)’, 즉 위기를 통해 더욱 강해지는 능력에 관한 이야기다.

인체의 면역 체계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치명적인 피해를 보기 전에 병원균을 빠르게 감지해 무력화하고, 병원균에 노출될 때마다 더욱 강해진다. 글로벌 면역 체계 역시 위협이 세상에 치명적인 손해를 끼치기 전에 이를 감지하고 상쇄하며,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더 강해질 수 있다.

물론 방어의 최전선은 예방이다. 미국 정부에도 이런 역할을 맡은 부서가 여럿 있다. 우리는 세계보건기구,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여 실험실 안전과 보안 규정을 개정하고 잠재적인 전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을 지원하며 악의를 품은 행위자들이 생물학 무기를 개발하거나 퍼뜨리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예방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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