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ll about the people (결국 사람이 전부다)"
기업에서 혁신에 대해 논의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이야기다. 실제 매년 미국대학의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채용시장은 기업들이 벌이는 Talent war(인재 전쟁)으로 열기가 달아오른다. 기업들은 학부 혹은 대학원 졸업을 앞둔 우수 인재(Talent)들을 말 그대로 '모셔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한국에서도 2002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시대를 풍미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말의 무게는 더욱 더해지고 있다.
콧대 높은 기업들이 이러한 이유는 간명하다. 바로 돌파적 혁신(Breakthrough innovation)의 원천이 바로 이러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돌파적 혁신이라는 다소 공격적인 어감으로 번역되는 Breakthrough innovation은 제품, 프로세스, 서비스 등에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을 여는 혁신을 의미한다.
터치스크린 기반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세상에 소개한 아이폰, 먼지 봉투 없는 무선 청소기, 날 없는 선풍기 등으로 유명한 다이슨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당연히 최고의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고 이들에게 다양한 보상을 (급여, 보너스, 주식, 근무 환경 등) 제공한다.
그러나 Talent war가 끝나면 기업도 인재들도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흔히 돌파적 혁신을 위해 일하는 인재들은 급여, 보너스 등 물적 보상보다 본인의 자아실현 혹은 성취감을 더 중시한다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의도가 설명되지 않는 과도한 금전적 보상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통제를 위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이들은 실제로 이룬 성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그 과정에서 자율성을 보장받기 원한다. 그렇다면, 전과 같은 외적보상은 이들에게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연봉 및 보너스 협상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이슈이며, 인재 이동의 원인이 된다. 기업에게는 외적보상이 잠재적 통제 수단으로 보이지 않는 지점과 적절한 존중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지점과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던져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셔진' 인재들에게는 고민이 없을까. 언론과 사람들은 이들이 보여주는 성공과 열정, 그리고 파격적인 대우 등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정작 이들이 조직 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환영의 시간이 끝나고, 불확실성이 높은 미래 프로젝트에 전념할수록, 현재 조직 내 위치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지는 딜레마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먼 미래를 바라볼수록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현재의 위치가 불안정해지는 딜레마에 봉착하는 것이다. 담당하는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이 딜레마는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돌파적 혁신은 성과 자체가 기존에 존재하던 성과지표에 따라 판단되기가 어렵고, 평가되더라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야심차게 제약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신약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은퇴했다는 웃픈 이야기가 사실인 경우도 종종 있다.
둘째, 돌파적 혁신을 담당하는 조직 혹은 팀 자체가 현실에서는 조직의 주요 사업 전략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실제 자원배분의 의사결정에서 우선순위로 고려되기 어렵다.
모든 혁신은 시장에서 성공해야 아름다워 보인다. 돌파적 혁신은 말할 것도 없다. 시장에 빛나기 전까지 돌파적 혁신은 말 그대로 불확실성과 위험의 뭉쳐있는 블랙박스(Black box)일 뿐이다. 이 블랙박스 안에서 기업도 인재로 각자의 딜레마를 고민하며, 기업은 어렵게 구한 인재를 놓치고, 인재들은 새로운 기업들 찾아 나서는 상황, 즉 모두가 패자인 비효율적인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