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무너져"…화마에 딸 살리고 먼 길 떠난 아빠 빈소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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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에 차려진 박 모(33) 씨 빈소

새벽 갑작스러운 화재가 덮친 아파트에서 어린 딸을 살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30대 남성의 빈소가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 병원에 마련됐습니다.

25일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 난 불로 사망한 박 모(33) 씨의 빈소에서는 이날 오후 황망하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 유가족과 지인 10여 명이 자리를 지키며 고인을 애도했습니다.

빈소 앞에 놓인 근조화환 중에는 유가족 이름으로 "사랑하는 ○○! 짧은 생 멋있게 살다 간다"라고 적힌 조화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고인의 큰아버지라고 밝힌 유가족은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가장 예뻐하던 조카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다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는 박 씨에 대해 "재작년에 약사가 됐다. 늘 솔선수범하고 남을 돕고 정말 법 없이도 살 아이였다"고 회상했습니다.

박 씨는 모 대학 약학과 출신으로 서울 강북구 한 병원에서 약사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인은 25일 화재가 난 아파트 4층에서 아내 정 모(34)씨와 두 살배기·7개월짜리 딸과 함께 살다 변을 당했습니다.

박 씨는 아래층인 301호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위로 번지자 재활용 포대 위로 큰딸을 던진 뒤 둘째 딸을 이불에 싸 안고 발코니에서 뛰어내렸습니다.

포대 위가 아닌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 박 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이날 부검 결과 사인은 '추락사'로 추정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4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받은 둔력에 의해 손상을 입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딸과 박 씨를 따라 뛰어내린 정 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아파트 다른 동에 살던 박 씨 부부는 6개월 전 더 큰 넓은 집을 찾다 이곳에 전세를 얻어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 먼저 서울 노원구 한 병원에 차려진 또 다른 사망자 임 모(38)씨의 빈소에서는 이날 오후 내내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화재의 최초 신고자인 임 씨는 아파트 10층 거주자로 부모님과 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불을 피하려 했으나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임 씨의 사인은 '연기 흡입으로 인한 화재사'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이날 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합동감식을 통해 화재가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실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이 처음 난 곳으로 추정되는 301호 작은방에서는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이 증거물을 화재 원인 규명의 결정적 단서로 보고 25일 사고와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한편 그 외의 화재 원인 등 여러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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