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떼어먹은 '악성 임대인' 명단을 올해 말부터 공개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다주택 채무자(악성 임대인) 370여 명 중 명단 공개 대상에 오른 임대인은 5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명단 공개를 통해 전세사기를 방지하겠다고 했지만, 공개 대상에 오른 악성 임대인이 극소수이다 보니 세입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HUG는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의 법적 근거를 담은 개정 민간임대주택특별법과 주택도시기금법 시행에 따라 오는 28일 처음으로 악성 임대인 명단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명단 공개 대상은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고서 청구한 구상 채무가 최근 3년 이내 2건 이상이고, 액수가 2억 원 이상인 임대인입니다.
전세금을 제때 내어주지 못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지 6개월 이상이 지났는데도 1억 원 이상의 미반환 전세금이 남아 있는 임대인도 명단 공개 대상입니다.
이들 악성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와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전세금 액수, 기간 등이 HUG·국토부 홈페이지와 안심전세 앱(app)에 공개됩니다.
HUG 임직원 3명, 변호사 등 전문가 3명, 교수 5명으로 구성된 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소명 자료를 검토한 뒤 명단을 공개할 악성 임대인을 결정합니다.
문제는 법 시행(올해 9월 29일) 이후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1건 이상 있고, 미반환 전세금 규모 역시 법 시행 이후 2억 원 이상이 돼야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요건을 채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19일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는 명단 공개 대상 임대인은 총 17명뿐입니다.
이들에 대한 소명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달 중 실제 명단 공개가 이뤄지는 임대인 수는 17명보다 더 적을 수 있습니다.
HUG가 만드는 일종의 '블랙리스트'인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지금까지 2조 원이 넘는 전세금을 떼어먹었지만, 명단 공개 요건에 따라 이 중 5명만이 이번 공개 대상에 올랐습니다.
HUG는 전세금을 3번 이상 대신 갚아준 집주인 중 연락이 끊기거나 최근 1년간 보증 채무를 한 푼도 갚지 않은 사람, 미회수 채권이 2억 원 이상인 사람을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로 올립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