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가 넘는 거구의 요리사가 180도가 넘는 펄펄 끓는 기름 안에 치킨을 넣고 튀깁니다.
치킨이 담긴 통을 큰 손으로 잡고 리듬을 타며 경쾌하게 흔듭니다.
튀기기가 끝나자 통을 쭉 뻗어 집고 트레이에 오차없이 올립니다.
이 거구는 사람이 아니라 전국 최초로 도입된 '급식 로봇'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오늘(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에서 공개한 이 급식 로봇은 지난 8월 전국에서 최초로 숭곡중에 도입됐습니다.
10억을 들여 만든 급식 로봇은 총 4대입니다.
기존에 있던 7명의 조리사와 영양사는 그대로 일하며, 로봇은 좀 더 위험한 일을 담당합니다.
온도가 높고 위험한 볶기, 국 만들기, 유탕 등이 '로봇 조리사'의 일입니다.
로봇은 아침마다 각 메뉴에 맞춘 매뉴얼 입력으로 그날그날의 '지시'를 받습니다.
사람이 회전방향, 회전속도, 온도 등 로봇의 오늘 일과를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로보틱스 관계자가 상주하며 돕습니다.
로봇과 조리사, 영양사가 오전 8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만드는 식사는 총 720인 분입니다.
메뉴는 양념통닭과 쇠고기탕국, 그리고 볶음밥 등으로 로봇이 조리원이 손질한 음식 재료를 받아 튀기고 끓여 만든 것들입니다.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문 조 모 군(중3·학생회장)은 "너무 맛있다"며 "급식실 아주머니들의 손맛이 안 들어가서 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로봇이 고수처럼 잘 만들어줘서 더 맛있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모 양(중3·부회장)도 "튀김은 예전보다 더 맛있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바삭함의 차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전체적으로 다 바삭바삭하다"고 칭찬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조리흄(조리 중에 발생하는 미세분진) 등 발암물질로 인해 폐 건강이 악화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급식 로봇을 도입했습니다.
로봇에는 사람이 접근하면 센서가 동작을 감지해 속도가 느려지거나 멈추는 등의 안전 장치도 장착됐습니다.
급식 로봇은 서울시교육청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로보틱스의 도움을 받아 공동 개발했습니다.
현장의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 학교에 근무하는 급식실 종사자 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83%가 근무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습니다.
또 86%는 기존 대비 25∼30% 업무가 경감됐다고 답했으며, 85%는 사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급식실에서 만난 김 모 영양사도 기존에 가장 힘들었던 튀김 작업을 로봇이 대신 해 조리사들도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영양사는 "튀김과 볶음은 로봇이 참 잘한다. 저희는 만족하고 있다"며 "조리원들이 기존에는 튀김을 만들 때 2∼3시간 직접 튀겨야 했는데, 이 업무가 끝나면 밥을 못 먹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개선되면 좋을 점을 묻자 "로봇이 힘들다고 한다면 단지 청소할 때 세밀하게 더욱 닦아야 한다는 점이다. 할 수만 있다면 다양한 학교에서 활용됐으면 한다"고 답했습니다.
조리과정을 견학한 이 모 서울영양교사회장도 "지금 학교 현장에서 조리원을 구하기가 어렵다. 일이 힘들고 조리원들이 나이가 많아 한꺼번에 퇴직해 그렇다"며 "급식 로봇이 들어와서 인력난의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기대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급식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숭곡중 사례를 가지고 시스템을 보완하면 (다른 학교로) 확대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 같다. 조리 종사원 인력이 부족한 학교를 중심으로 (급식 로봇이 도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