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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싸랑해요, 밀키스"가 인기를 끈 이유가 있었는데…언어의 벽까지 허무는 AI와 케이팝

[스프칼럼][희박사의 K-올] '가나다라마바사…HIJK…?', 케이팝과 언어의 문제 ② (글 : 임희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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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스타의 한국어 노래라니! 라우브의 한국어 음원 발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길을 걸으면 밝은 햇살이 / 흘려내려와 나를 부르네 / Chiquilla mia Somos / como el temporal…'

혹시 이런 텍스트에 나도 몰래 막 절로 멜로디가 붙여지고 그러시나요?! 그렇담 당신은 어쩔 수 없는 20세기 소년소녀! 딩동댕~ 1985년 임병수가 발표한 노래 '아이스크림 사랑'입니다. 스페인어와 한국어를 구렁이 롤러코스터 타듯 천연덕스레 마구 오가는 이 곡은 당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으며, 극심한 바이브레이션을 탑재한 임 씨의 신선한 창법은 '염소 창법'이라 불렸고, 급기야 임병수 님은 빙과류 광고모델을 독차지하는, 지금으로 치면 방탄소년단 정국 못잖은 청춘스타가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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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수 - '아이스크림 사랑'

'아이스크림 사랑'이 나온 1985년은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1989년 1월 1일)가 되기도 훨씬 전입니다. 미국과 영국의 팝송이 인기가 있긴 했지만,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죠. 라디오 DJ나 학교 영어 선생님이 해주는 해석에 의존하거나 들리는 음가(音價)대로 외국어를 '찌끼야 미아 쏘모스' '헬로, 이즈 잇 유어 루킹 포~' 하는 식으로 적어서 외우거나 부르곤 했죠. (물론 당시의 기억이 또렷할 리 없는 저는 이런 상황에 대해 문헌 참고와 선험적 추론을 통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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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가 돋보이는 가요가 다시 인기를 끈 것은 '아이스크림 사랑'으로부터 꼭 30년이 지난 2015년, 여자친구의 미니 2집 타이틀곡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였습니다. '아이스크림 사랑'은 정말이지 이례적인 곡이었습니다. 에르토리코 출신 멕시코 가수 루이스 미겔의 원곡('Directo al corazon')이 워낙에 좋았고 원곡보다 더 잘 부른 임병수 씨의 가창도 대단했으며 매끄러운 한국어를 입힌 지예 씨의 작사도 이 곡의 신기한 히트에 한몫했을 겁니다.

▶여자친구 GFRIEND - 오늘부터 우리는 Me gustas tu M/V

'음악은 역시 멜로디지~'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 듣는 데 있어서, 듣고 감동하는 데 있어서 가사가 또 얼마나 중요합니까. 이소라 씨가 '바람이 분다~' 대신 '솔라시 솔라~'라고만 노래한다면 과연 이별 뒤 불어오는 정체불명의 감성 쓰나미가 조금이라도 느껴질까요? 물론 선율만으로도 아름다운 곡입니다만, 가사 없인, 안 됩니다.

▶이소라 - '바람이 분다'

가사 전체가 영어로 된 가요가 한국의 종합 차트 1위를 찍은 것은 역사적 사건으로서, 유구한 가요사에서 2020년 초에야 딱 한 번 일어났다는 말입니다. 바로 백예린의 'Square (2017)'였지요. 예린 씨는 자신의 창법이나 선율과 어울리는 영어 가사 노래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그것 때문에 JYP엔터테인먼트에 몸 담았을 당시에 소속사와 갈등도 있었으며 결국 독립해 '블루바이닐'이란 레이블을 차린 뒤 'Every letter I sent you.'라는 영어 앨범으로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입지전적 스토리를 써내려 갔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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