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감싼 뜨개 옷들…누가 만들고, 봄에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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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응달에 서 있는 겨울나무야, 따뜻하게 보내렴."

올해도 어김없이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가로지르는 태조로 나무들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습니다.

옷은 주황색, 초록색 털실 위에 보라색, 빨간색의 꽃이나 물방울·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올망졸망 달렸습니다.

이 뜨개옷은 어디서 와서 겨울이 지나면 어디로 가는 걸까?

오늘(10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이 뜨개옷은 전주자원봉사센터 봉사단원들의 손끝에서 왔습니다.

단원들은 꼭 맞는 나무 옷을 제작하기 위해 실측을 통해 둘레 등을 잰 뒤, 6개월 가량 정성스레 뜨개질합니다.

네모난 모양의 옷을 다 뜨고 나면 나무에 두른 뒤 현장에서 매듭을 지어 마무리합니다.

6년 전 한옥마을 일대에 심어진 회화나무 80여 그루에 뜨개옷을 입히기 시작했다가, 전주역 앞 첫마중길에서 관광객들을 맞는 느티나무 140여 그루에도 추가로 옷을 입히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이 옷을 내년 2∼3월쯤까지 입고 있는데 이후 나무들이 벗은 옷을 소각하지 않고 다음 겨울을 위해 보관합니다.

이번에 씌워진 뜨개옷도 모두 2년 전께 뜬 것을 재활용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봄이 오면 겨우내 뜨개옷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낸 뒤 깨끗이 세탁해 햇볕에 말리며 재보수 작업을 합니다.

이후 다시 겨울이 오면 미리 메모해둔 나무 치수와 뜨개옷을 일일이 대조하며 나무마다 꼭 맞는 옷을 입혀줍니다.

전주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자원봉사자들이 뜨개옷을 정성스레 만들고 세탁하는 '나무야 안아줄게! 트리허그' 행사를 6년째 진행하고 있다"며 "디자인도 봉사자들이 직접 구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뜨개옷은 과거 나무를 짚으로 둘러놓은 '잠복소'와는 다릅니다.

잠복소는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는 해충을 유인해 봄이 오면 소각하는 일종의 덫입니다.

하지만 방제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거미 등 이로운 곤충들을 더 많이 제거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 이상 잠복소를 설치하진 않습니다.

대신 전주시는 겨울철 휑해진 도시의 경관에 온기를 불러올 수 있도록 나무에 뜨개옷을 입히고 있습니다.

앙상한 가로수가 나무 옷을 입고 있는 풍경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다 관광객들과 시민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전주시 관계자는 "잠복소가 방제에 도움이 되지 않아 요즘은 설치하지 않는다"며 "미관을 목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은 일부 구간에서 뜨개옷을 입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전주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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