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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팔레스타인 작가 행사 취소…도서업계에 드리워진 전쟁의 먹구름

[뉴욕타임스 칼럼] A Chill Has Been Cast Over the Book World, By Pamela Paul


오프라인 - SBS 뉴스

*파멜라 폴은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지난주, 문학협회

리트프롬(Litprom)

은 세계 최대 국제 도서전 가운데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쉬블리

의 장편소설

"사소한 일(Minor Detail)"

에 대한 축하 행사를

취소

했다. 올해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최종 후보와

부커상 후보

에도 이름을 올린 "사소한 일"은 매년 개도국 출신 여성 작가에게 수여되는 독일의 문학상 리베라투르상(LiBeraturpreis)을 수상했고, 이에 대한 축하 행사가 도서전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예루살렘과 베를린을 오가며 생활하는 쉬블리는 소설의 독일어 번역자인 귄터 오르트와 함께 패널로도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이 역시 취소됐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조직위원장 유르겐 부스는 이번 결정을 설명하는

성명

을 통해 리베라투르상 측과 거리를 두며, 이 상은 다른 단체에서 수여하는 것이니 수상을 축하할 "적절한 형식과 환경"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하마스의 야만적인 테러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도서전이 "언제나 인간 중심이며,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담론에 초점을 둬 왔다"라고 설명했다. 성명은 나아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이스라엘의 편에서 전적으로 연대한다"라고 밝혔다.

일부 독자들은 도서전 조직위와 마찬가지로 10월 7일 하마스 테러리스트의 잔혹한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과 전적으로 연대하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제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게 된 하마스 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편에 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민주주의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지지하거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와 군대의 전술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등, 입장이 좀 더 복잡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소설의 주제나 작가의 국적과 상관없이, 전쟁에서 한쪽 편을 든다고 해서 소설 작품을 대하는 데 이를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서전 조직위의 결정은 정반대의 의미가 있다. 특정 작가에 대한 축하 행사를 취소하는 것을 책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나란히 둘 수는 없지만, 조직위의 결정은 소설가를 악마화하고 그의 관점을 억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결정은 불행히도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특정 작가나 작품을 다루기에 부적절한 시기가 있으며, 지금이 바로 팔레스타인 문학이 이에 해당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마치 소설가에게 국제적 분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거나, 출간 시점의 정치적 상황에 맞추어 작품을 평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전쟁에서 한쪽 편을 들더라도, 문학과 소설가의 시각에 부수적인 피해가 미쳐서는 안 된다. 이 시점에 팔레스타인 작가 이사벨라 하마드의

최신작

을 읽는 것이나, 이스라엘 작가

에트가 케렛

의 코믹 단편을 읽는 것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상대편의 창작물을 읽어보기에 적절한 시기일지도 모른다.

쉬블리는 리트프롬과 도서전 측의 결정에 따르는 직접적인 영향보다도 그 결정이 정치적인 변화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포퓰리즘이 문학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목도하니 우려된다"며, "문학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 결코 특정 집단의 손아귀에 장악될 수 없는 존재"라고 밝혔다.

쉬블리가 '캔슬'당한 것은 아니다. 아랍어로 쓰인 그의 작품은 여전히 번역본으로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전이 쉬블리의 작품, 나아가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작품이 지금 시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문학 관련 단체의 역할이 국경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계를 긋고 노골적으로 편을 가르는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밖으로 꺼내 놓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은 분명 팔레스타인의 명분에 공감하는 시각을 담고 있다. 모든 독자가 여기에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설은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는 실화

를 바탕으로 1949년 이스라엘 부대에 의해 집단 강간을 당한 끝에 살해된 베두인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리베라투르상 심사에 참여한 독일인

울리히 놀러

는 이 소설이 "반이스라엘적, 반유대주의적 서사"를 담고 있으며 이 작품이 그런 독서를 허용할 뿐 아니라 비슷한 책을 위한 공간을 열어줬다고 주장하며, 심사위원 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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