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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뒤에는 늘 여성이 있었다

[뉴욕타임스 칼럼] Behind the Most Famous Men in Economics There Have Always Been Women, By Jennifer Bu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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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번스 박사는 스탠포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미국 정치, 경제 사조와 자본주의를 연구한다. 그는 곧 출간될 책 "밀튼 프리드먼: 최후의 보수주의자"를 썼다.

지난 9일, 노벨위원회가 클라우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했을 때 이는 그의 화려한 경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경제학계

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성이 단독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0년대 초 경제학계에 처음 진출하기 시작한 이래 여성들은 좌절과 차별, 괴롭힘을 마주해 왔다. 오늘날 종신직 경제학 교수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통계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된 과정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조용히 일해 온 여성들의 오랜 역사를 반영하지 못한다. 경제학의 역사에 이름을 올린 유명한 남성들 뒤에는 이들의 성과에 매우 중요한 아이디어와 연구를 제공한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 여성들은 학계 주변부에 머물렀기 때문에 오히려 남성 동료들이 놓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평가절하된 파트너십의 대표적인 예를 밀턴 프리드먼의 커리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리드먼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먼은 통화 정책과 소비 이론 등 경제학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업적을 남겼다. 자유 시장과 작은 정부의 완고한 옹호자로서 리처드 닉슨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 자문을 지냈으며,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1980년에는 PBS에서 방영된 10부작 시리즈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

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업적은 프리드먼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다. 경력의 매 단계에서 그는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여성 경제학자들과 협업했다. 프리드먼은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편이지만, 그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경향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프리드먼의 가장 유명한 저서는 대공황을 수요 위기가 아닌 통화 위기로 분석한 1963년작 "미국 통화사 1867-1960"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선구적인 연구로 평가되며, 이 책이 두 번째 대공황을 막아내는 데 기여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리드먼은 이 책을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소속 경제학자 애나 제이콥슨 슈워츠와 함께 썼지만, 슈워츠의 기여는 종종 평가절하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발표할 때도 슈워츠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고, 마치 프리드먼이 이 책을 혼자 쓴 것처럼 소개됐다. 컬럼비아대학은 책이 나온 이후에야, 그것도 프리드먼의 압박에 못 이겨 슈워츠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했는데, 남성 교수진이 슈워츠가 과연 책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끝까지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슈워츠는 12년 넘게 연구를 수행하고 분석의 기반이 된 데이터를 정리했다. 뿐만 아니라 슈워츠의 연구는 프리드먼 화폐경제학 전반에 핵심적인 틀을 제공했다. 일례로 안정화 정책 분야에 영향을 미친 프리드먼의 연구는 슈워츠가 수행한 연구의 경험적 토대 위에 서 있다.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연구가 점점 더 이론적이고 수학적인 분야로 변해가는 경제학의 현실과 동떨어진 구시대적인 연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부인일 수밖에 없던 슈워츠는 기꺼이 통념에 도전했다.

프리드먼의 성과에 여성이 기여한 또 다른 사례는 기술경제학 부문의 주요 저서인 1957년 작 "소비 함수 이론"이다. 이 저서에서 프리드먼은 오늘날 경제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개념인 '항상 소득', 즉 사람들의 소비는 현재의 수입이 아닌 평생 벌어들일 기대 소득에 달려있다는 이론을 소개했다.

사고파는 것에 대한 연구인 소비경제학은 당시 주류 경제학과 거리가 멀었고, 여성 경제학자들이 주로 연구하는 '여성적' 주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박사 과정을 중퇴한 경제학자였던 아내 로즈 덕분에 프리드먼은 이 분야의 여성 경제학자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었다. 프리드먼은 훗날 "뉴햄프셔의 여름 별장에서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아내, 그리고 도로시 S. 브레이디와 마거릿 리드라는 두 친구와 나눈 대화에 영감을 받아 1957년 저서를 쓰게 되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또한, 세 사람 모두 당시에 소비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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