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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에코백도 4만 원의 가치로 만드는 '가브리엘 샤넬'의 모든 것

[커튼콜+]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블록버스터 전시〈가브리엘 샤넬, 패션 매니페스토〉(글 : 황정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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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트위드 슈트, 넘버 5, 리틀 블랙 드레스, 겹겹이 두른 진주 목걸이, 하얀 까멜리아 그리고 물론, 2.55백. 패션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샤넬'이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샤넬의 세계를 조망한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의 블록버스터 전시, 〈가브리엘 샤넬, 패션 매니페스토〉가 런던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전시의 티켓은 여타 전시보다 커피 한 잔 값이 더 비싼 24파운드 (약 4만 원)이지만 일찌감치 매진됐다. 반년이라는 전시 기간을 거쳐 내년 2월 말에야 끝나는데도 말이다.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언론과 SNS 여기저기서 열렬한 찬사를 접했지만 패션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옷이나 가방 보러 가는 건가'라는 생각에 다리를 끌며 전시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시장을 나오자마자 꼭 한 번 가보라고 주변에 권할 만큼 전시는 흥미로웠다. 물론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운 패션 아이템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전시는 트위드재킷만큼 샤넬이라는 인물에 집중했고, 대표작들을 통해 드러나는 그의 삶은 더없이 매혹적이었다.

샤넬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아원에 방치되어 성장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재능과 성공에 대한 강한 집념으로 결국 세기의 디자이너가 되어 패션의 판도를 바꾸었다. 또한 의상, 주얼리, 화장품, 가방, 신발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혔고, 여성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토털룩 (Total look)'을 커버하는 사업가로 커다란 부(富)를 누렸다. '샤넬'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그가 처음 부티크를 연 것은 1910년, 백 년도 전이다. 전시는 세계 전역에서 모은 이백여 벌의 다채로운 의상으로 60여 년에 걸친 샤넬의 패션을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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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긴 커리어 중 비교적 초기에 이미 대표 스타일, 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가 등장한다. 샤넬은 늘 영민하게 시류를 읽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했다. 1차 세계 대전 후 물자는 부족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던 상류층의 관습 또한 간소해졌다. 샤넬은 이 같은 상황을 자신의 디자인에 즉시 반영했다. 주로 상복에 사용되던 검은색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치마 길이를 대담하게 줄여 활동성을 강조했다. 실크, 시폰,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드레스를 만들었다. 이 같은 트렌드를 꾸준히 주도한 결과가 바로 리틀 블랙 드레스라는 패션 아이콘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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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샤넬이 사용한 '소재'에도 주목한다.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던 그는 남성의 스포츠 의류나 속옷에 쓰이던 '저지' 소재를 애용했다. 몸에 착 감기는 이 소재는 코르셋에 갇혀 있던 여성의 몸에 자유와 편안함을 선사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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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웃도어 의류에 주로 쓰이던 트위드 소재를 고급 여성복의 영역으로 가져온 사람도 샤넬이다. 샤넬의 대명사와도 같은 트위드 슈트 52벌은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어두컴컴한 방에 발을 들여놓은 관람객들은 누구나 드라마틱한 조명 아래 일렬로 늘어선 트위드 슈트들의 다양한 색감과 소재, 디자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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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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