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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묵인해선 안 되는 이유

[뉴욕타임스 칼럼] The U.S. Should Think Twice About Israel’s Plans for Gaza, By Rashid Khali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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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드 칼리디 교수는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현대 아랍 지역학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저서로는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이 있다.

(뉴욕타임스에 10월 15일 실린 칼럼이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곧 지상군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에 사는 100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대피를 명령했다. 이스라엘군 수뇌부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낸 뒤 최소한 가자지구 일부를 다시 점령하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에는 팔레스타인 주민 23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어린이다. 이들은 대부분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 때 살던 곳에서 내쫓겨 난 주민들의 후손이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이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다음은 이스라엘 국방부 관료나 군 장성들이 한 말들이다. 예비역 소장 지오라 에일란드는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옷 아로노스

에 쓴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

했다.

“지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당분간 또는 영원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가자지구에서 심각한 인도적 위기 상황을 만드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가자지구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땅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

는 “우리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과 싸우고 있다. 그에 맞는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산 알리안

 소장은 가자지구를 생지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기도, 물도 공급을 끊을 것이다. 오직 파괴만이 있을 것이다. 당신들은 지옥을 불렀다. 당신들이 원한 대로 눈앞에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군대를 동원해 가자지구에 사는 민간인을 몰아내는 건 지극히 비인도적인 행위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 관료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또다시 대거 쫓아내는 일이 과연 미국의 국익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이런 대재앙은 곧 두 번째 나크바가 될 것이다.

나크바

는 아랍어로 재앙을 뜻하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건국과 전쟁 이후 삶의 터전에서 내쫓겨 난 1948년의 역사를 나크바라고 부른다. 지금의 미국은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나라로 인식될 뿐이다. 주기적인 죽음과 파괴,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는 일이 빈번한, 영원히 정복당하는 피식민지와 다름없는 삶은 재앙 말고는 달리 표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군

은 (이번 공격 전까지) 2006년부터 가자지구를 여섯 차례 

공격

해 최소한 4천 명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죽였다. 예루살렘에 본부를 둔 인권 감시단체 비티셀렘(B'Tselem)의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희생자 숫자는 2006년에 405명,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에 걸친 공격 때 1,391명, 2012년에 167명, 2014년에 2,203명, 2021년에 232명, 그리고 2022년에 33명이다. 매번 사상자 가운데 민간인의 숫자가 무장 대원보다 훨씬 많았다.

이스라엘이 한때 가자지구에 직접 주둔했던 군대를 물리고,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세력으로 부상하는 걸 가로막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법적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있다. 

UN과 인도주의 단체

들이 

국제법

을 근거로 내린 해석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공급되는 전기, 물, 연료, 식량 대부분을 언제든 끊을 수 있으므로, 실질적인 가자지구 점령군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 이스라엘에 사실상 무조건적인,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해 900여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군인, 경찰을 죽이고, 150여 명을 인질로 잡아갔다는 것이 이유였다.

칼럼을 쓰고 있는 14일 현재 가자지구를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최소 2,228명

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죽었다. 이번에도 희생자 대부분은 민간인이며, 

국제아동보호

의 집계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희생자 가운데 724명이 어린이다. 이달 초 하마스가 공격을 감행하기 전에도 이미 올해 요르단강 서안에서 살해된 

팔레스타인 사람

만 200명이 넘고, 이스라엘 사람도 30명이 죽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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